▲"너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아버지처럼 집짓는 데서 벽돌 나르는 일할래? 그보다는 집을 지으라고 시키는 일을 해야지"라고 말했던 나.
sxc
또 쉬지 않고 이어지는 시간의 마지막이다 보니 나도 기운이 딸릴 때도 있어 가끔은 숙제 검사만 하는 것으로 수업을 끝내기도 하고, 때로는 말을 듣지 않는다며 자로 손바닥을 치고, 한 번쯤은 거리낌 없는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럴 때면 정우는 시무룩하다가도 다음 날이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나타나곤 했었다.
"공부 열심히 해야지. 할머니를 생각해서라도.""너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아버지처럼 집짓는 데서 벽돌 나르는 일할래? 그보다는 집을 지으라고 시키는 일을 해야지. 그러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겉으로는 정우에게 공부에 대한 동기를 찾아준다면서 은연 중 나는 정우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아빠에 대한 자부심도 조금씩 허물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우는 기특하게 공부에 재미를 갖게 돼 성적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더니 중학생 때는 반에서 상위권을 유지했고,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내게 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정우를 다시 만나게 됐다. 건강하고 밝은 청년으로, 한때 과외 선생님이었던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반갑게 인사하는 의젓한 모습으로 말이다.
거인의 손을 잡았다"이렇게 보니 정말 좋다. 그리고 정우야, 아버지 말이야. 네 아버지는 정말 훌륭하신 분이야. 너를 이렇게 반듯하게 키워주셨잖니? 그러니까 자랑스럽게 여겨야 해."혹시나 예전에 내가 했던 말들이 정우에게 상처로 남아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그렇게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나는 미안함을 내비쳤다.
"그럼요. 아빠는 저에게 영원한 아빠예요. 예전과 좀 다르기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힘이 세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어요. 저에게 공부에 대한 재미를 갖게 해주셨거든요. 언제나 건강하세요.""…."나는 대답대신 정우가 내미는 손을 잡았다. 정우의 손이 마치 거인의 손처럼 느껴졌다. 세상 모든 것을 감싸 안은 듯한 든든함으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너희 아빠처럼 될래?"... 그 말은 큰 실수였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