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진행된 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2번째 주인공인 스포츠평론가 정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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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그의 이야기는 축구 해설가와 관중, 서포터스를 지나 그 나라들의 문화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가 특히 강조한 부분은 축구를 통해 표출되는 그 사회의 맨얼굴이었다.
정윤수 평론가는 우리나라 공중파 캐스터들이 유럽 선수들이나 감독을 묘사할 때는 "지략가, 명장, 덕장, 스타플레이 의식이 있다"는 표현을 쓰며 그들의 지략이나 팀 스케일까지 묘사하는데, 아프리카 선수들을 표현할 때는 "원시적인 힘이 있다, 탄력이 넘친다, 스피드가 넘친다"는 식으로 그들의 육체성과 피부색깔로만 묘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아프리카 팀에 대한 각 공중파 방송들의 안내멘트를 보면 대부분 아프리카 팀을 18세기에서 온 것처럼 묘사했다"면서 "그동안 억눌려 있었던 그 반작용이 오히려 내면에 역 오리엔탈리즘(원 의미는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서 나타난 동방취미의 경향을 뜻하는 것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제국주의적 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는, 서양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으로 자리 잡았다"고 경고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적인 '팬'에서, 좀 더 열심히 응원하는 '서포터스'가 있고, 열혈 서포터스보다 한 걸음 더 낳아간 '홀리건 (두산백과: Hooligan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무리들을 일컫는 말)'이 있고, 유럽에서는 조직적으로 의도적으로 축구장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인 '울트라스(Ultras)'가 있습니다."축구를 사랑하는 '팬'에서, 축구를 지지하는 '서포터스'로, 그리고 그 단계를 하나씩 넘어가면 난동을 피우는 '훌리건'과 폭력적 성향을 띠는 '울트라스'라는 조직이 있단다.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생소한 단어지만, 정윤수 평론가는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어떻게 이런 집단들이 형성되었고, 현재 어느 정도의 위험 수위에 도달했는지를 낱낱이 알려줬다. 또 폭력적이며 파시스트 성향을 보이고 있는 최근 유럽의 경기장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그 사회적 심각성을 설명했다.
"과연 이런 곳에 가서 우리가 서 있을 수 있을까요? 만약 가까이 갔다면 유색인이라서 맞을지도… 우리는 여기 못 가 있습니다."정윤수 평론가는 덧붙여 경기 중 관중석에서 횃불을 지펴 순식간에 관중석을 불바다로 만드는 '울트라스'의 위험하고 극단적인 행동과 나치식 거수 세리머니를 하는 일부 선수들의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광기의 세계가 바로 축구입니다…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 영국 역사학자)은 18세기는 자본의 시대, 19세기는 혁명의 시대, 20세기는 극단의 시대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라는 책을 보면 4페이지에 걸쳐서 영국 축구의 상황과 세계 축구의 상황에 대해 서술한 게 있습니다.이 분은 '21세기에 민족주의, 극우파, 인종차별, 경제 불황, 주류 백인인 젊은 세대들이 자기 능력 때문이건 혹은 사회적 불안 때문이건 제자리를 잡지 못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양상은 인종차별로 시작되고, 그룹핑(Grouping)이 정당의가 돼서, 파시스트 정권을 세우는 순서로 밟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경로가 있고 포기되기도 하고… 이걸 단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앞에 두 징후는 벌써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한국도 '인종차별' 심각성 인식해야 하는 단계
▲6월 25일 진행된 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2번째 주인공인 스포츠평론가 정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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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파올로 디 카니오'가 영국 선덜랜드 감독으로 부임한 사례도 유럽 축구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카니오 감독은 2005년 1월 6일 SS 라치오 선수 생활 당시 AS 로마를 3-0으로 물리친 뒤 오른팔을 쭉 뻗어 파시스트 경례를 하는 골 세리머니를 했다.
이후에도 그는 파시스트와 무솔리니를 찬양하는 발언과 행동을 수차례 한 경력이 있다. 그래서 2013년 카니오 감독의 부임 소식에 선덜랜드의 부회장이었던 노동당의 '데이비드 밀리밴드'가 부회장직을 내던지기도 했다. 선덜랜드는 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인명 피해를 당한 지역이자 1980년대 영국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정 평론가의 말대로, 21세기 이탈리아 축구계는 인종차별과 파시즘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이탈리아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이 병들어 가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단다. 만약 이런 사회적 현상과 문제를 전 세계가 묵인하고 또는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현상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상상하니, 끔찍하다. 이는 분명 유럽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도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하는 시대에 와 있다.
이날 강연은 이제 한국에서도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은 '인종차별' 문제를 극단적이고 공격적으로 흘러가는 유럽 축구를 통해 미리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 '한국사회의 문제들… 사회의 민주적인 발전인가? 퇴행적인 역행인가? 우리가 조절하고 나아가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또는 '축구장에서 분출되는 열정이 퇴행해가고 있는 사회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등에 대해 한 번쯤 고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소개 |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은 사단법인 '재미있는재단'이 기획 주관하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합니다. 재미있는 재단은 문화를 중심으로 즐거움을 나누기 위하여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재미있는 재단의 다양한 사업들, 미국 MBA 진출지원 프로젝트 '개천에서 용났다'와 소소한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 영상 교육 프로젝트 '비추다'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사업들 중의 하나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을 을 기획하고 전개해 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은 매주 화요일 지속적으로 개최 됩니다.
먼저 문화계를 비롯한 궁금한 우리 시대의 인물로부터 점차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전시'하는 재미있는 사업입니다. 신촌 현대백화점 옆의 텍사스아이스바(02-325-0088)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호프 한잔과 함께 편안한 대화의 장으로 진행되는 '사람이야기 전'은 누구나 스스로를 이야기 하거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날 그날 진행된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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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축구가 개판? 사회 전체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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