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권우성
국정원 대선 개입, 회의록 공개... "이명박근혜 세력이 만든 정권 연장 음모"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대선을 8일 앞둔, 지난해 12월 11일의 일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전직 직원의 제보로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오피스텔에 들이닥친다. 김씨는 문을 걸어 잠근 채 자신이 작성한 글과 댓글을 지워 나갔다. 당시만 해도 국정원은 "정치적 활동을 일절 한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와 새누리당은 "가녀린 여성을 감금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정원을 적극 옹호했다.
수서경찰서는 13일부터 수사에 돌입한다. 그리고 3일 만인 16일 "김씨가 양당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글이나 댓글을 게시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대선후보 마지막 TV 토론이 끝난 직후였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같은 경찰의 행태 뒤에도 국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12월 16일 국정원 정보관이 김용판 전 청장과 독대한 후, 새벽까지 댓글을 분석했던 서울청 사이버 수사대의 태도가 바뀌어 사건의 축소·은폐, 증거인멸 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 경찰은 증거를 은폐했고, 게시글과 댓글을 발견했음에도 이를 부정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12월 17일 국정원 회의에서 "박빙 열세가 박빙 우세로 전환됐다, 고생했다"는 격려 발언을 했다. 결국, 그대로 대선이 치러졌다.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108만 표 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로써 끝난 줄 알았던 대선 개입 사건 파헤치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사건을 은폐하기 급급했던 경찰도, 선거가 끝나자 국정원의 대선 개입 정황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1월에서야 김씨가 대선 관련 글에 288회 추천·반대를 표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국정원도 김씨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게시글을 작성했음을 시인했다. 물론 '대북심리전 차원의 활동이었다'는 해명이 뒤따랐다.
경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수사 지휘권은 검찰이 쥐게 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소환 조사했다.
두 달여의 수사 끝에 검찰은 지난달 14일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불법적 지시를 했고,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의 심리전단이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각종 선거 과정에서도 불법적 지시를 반복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에 대해서도 "국정원 범죄 혐의 유무를 왜곡하는 수사 결과발표문을 작성·배포하게 하고 이후에도 수서서 수사팀의 정상적인 수사진행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원 전 원장과 김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2일,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시작됐다. 1961년, 중앙정보부가 만들어진 이래 50여 년 만의 일이다.
경찰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수사하는 중이던 지난 1월 원 전 원장은 마지막 '말씀'으로 "국정원의 할 일은 종북 세력 척결이며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서 국정 과제 지원은 당연한 업무로,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에 대해 자부심을 품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의 '자부심'은 여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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