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돌백기, 결맹자, 구키자.. 순박한 글자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김종성
오랜만에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곡성역에 내렸다. 자전거 인구가 많이 늘더니 무궁화호 기차 안에 자전거 거치대가 생겼다. 매점이 있는 카페 칸 안에 대여섯 대의 자전거용 거치대가 있어 이젠 접이식 자전거가 아니어도 기차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철도공사 누리집에서 기차표 예약 시 자전거 거치대도 같이 예약할 수 있으며 따로 이용료는 없다.
강변을 따라 증기 기관차처럼 생긴 옛 기차를 타볼 수 있는 기차마을 곡성에 주말이나 오일장이 열리는 매 3일, 8일에 오면 전통시장을 만날 수 있다. '장옥'이라 하여 지붕이 있는 현대식 시장통엔 가게의 간판도, 노점들도 깔끔하게 새것으로 바뀌어 생소했다. 하지만 상인들과 주민들이 어우러져 풍기는 장터 분위기는 여전히 푸근하기만 하다.
시장 구경, 사람구경, 먹거리 구경을 하다 문득 시장통 상인들과 찾아온 주민 할머니들의 머리 모양이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 앞머리가 특히 짧고 조밀한 파마에 까맣게 염색을 했다. 요즘 곡성에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은 아닐 거고, 내 어머니도 그랬던 것처럼 아마 가장 경제적이고 친생활적인 이유에서 탄생한 머리 모양일 듯싶다. 조폭 아저씨들의 깍두기 머리는 무섭지만 곡성시장 할머니들의 파마머리는 귀엽다.
무뚝뚝하게 뻥튀기 무쇠 기계를 돌리는 할아버지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일하는 젊은 외국인 며느리가 왠지 고맙게 느껴져 "수고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넨다. 코돌백기, 결맹자, 구키자…. 상인 아낙이 평소 발음하는 대로 쓴 씨앗 이름 푯말 앞에서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군 생활 시절 답장으로 온 어머니의 짧은 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순박한 글자다. 혼자 실실 웃고 서 있는 자전거 여행자에게 상인 아주머니가 씨앗 사진만 찍지 말고 자기도 찍으라며 주변분들과 웃는다.
그러다 전통시장의 명물 중 하나인 대장간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쇠와 불을 다루는 대장장이가 아저씨가 아닌 분홍색 블라우스를 입은 아주머니다. 목장갑을 끼고 불꽃을 튀기며 칼을 갈고 있는 모습이 거침이 없다. 아저씨가 일하다 다쳐서 대신 일하시는 걸까. 칼 가는 요란한 소음에 말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아마 전국 유일의 아주머니 대장장이가 아닐까 싶다.
자전거도로가 아닌 자전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