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의 정치 개입 시사를 보도하는 <허핑턴포스트>
허핑턴포스트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이집트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집트의 정국 혼란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무르시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달 30일부터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무르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며 전국 총파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은 하야 요구를 일축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일 반정부 시위대는 수도 카이로에 있는 무르시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기반인 무슬림 형제단의 카이로 본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했고 시위도 과격해지면서 이틀 동안 전역에서 16명이 사망했다. 이집트 국영방송은 '화산이 폭발 직전에 있다'며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반정부 시위대, 무르시 대통령에 '최후통첩'그러나 무르시 대통령과 시위대의 갈등이 계속되자 군부까지 나섰다. 이집트 군부는 이날 국영 방송으로 생중계된 공식 성명을 통해 "무르시 정권은 48시간 내로 지금의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라"며 "국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군부가 개입할 것이며 이것은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또한 "군부는 국가 안보가 중대한 위험에 처했을 때 직접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며 무르시 대통령을 압박했다. 군부가 정치 개입을 시사하자 일부 시위대는 환호하기도 했다.
AP는 '군부가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 형제단의 정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갈등이 계속될 경우 자칫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집트 각료 5명도 집단으로 사퇴하면서 무르시 대통령에 큰 타격을 줬다. 이날 관광부, 환경부, 정보통신부 등 반정부 시위대와 뜻을 함께하는 장관 5명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야권과 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시위를 이끌고 있는 '타마로드'(반란)는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무르시 대통령은 오는 2일 오후 5시까지 사임하라"며 "만약 물러나지 않으면 전면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집트 국영 방송에 따르면 이틀간 시위로 인해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781명이 부상을 당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이집트 여행을 만류하고 나섰다.
수도 카이로에서 가장 많은 9명의 사망자가 나왔으며 알렉산드리아, 베니수에프, 카프르 엘 셰이크, 페이윰, 아시유트 등 대도시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하지만 큰 부상을 입은 환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르시 대통령 "사임할 뜻 없다" 일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