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1년째 맞는 '달팽이 영화제' 풍경.
홍은
# 장면 하나. 맥주 한 잔과 달팽이 영화제 스페인 세비야 강 건너편 트리아나(Triana) 지구의 골목 길, 작은 카페 공간의 열린 문으로 시끌시끌 사람들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이미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이다. 슬쩍 열린 문을 통해 들어가 보니 카페를 지나 건물의 파티오(스페인식 건물 가운데 있는 정원)에는 영화 상영을 위한 프로젝트가 설치되어 있고,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 행사는 올 단편영화공모제에 출품된 작품 중 1차로 선정된 40편의 작품들을 일주일간(하루에 10편 씩)상영하는 '달팽이들에 의한 단편들'이다. 행사 이름에 걸맞게 영화제 상징물도 달팽이 모양의 귀여운 카메라이고 모인 사람들도 맥주와 함께 달팽이 안주를 곁들여 먹고 있다.
올해로 11년이 된 이 여름 행사는 처음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몇명의 사람들이 모여 여름밤 맥주 한 잔에 달팽이 안주를 먹으며 단편 영화를 관람하는 데서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은 공모에 참여하는 작품이 무려 400여 편,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등 해외작품이 출품작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 있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행사는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입장권이 무료다. 누구나 와서 영화를 관람하고, 이웃들과 달팽이 안주에 맥주를 한 잔 하며 여름 밤을 즐길 수 있는 소박한 축제의 모양새를 잃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