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도 비렁길에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곳곳에 있다.
유혜준
오전 8시 20분에 함구미항을 출발했는데 두포마을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10분경. 마을은 바다를 끼고 있었고, 어느 집 담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어느 집 담은 돌을 쌓아 올렸다. 돌담 위로 양철지붕만 빼꼼히 보이는 집. 그리고 길 위에서 무더기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건조되고 있는 자주색 양파들.
해변에서는 아이들 몇이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파도에 발을 담근 채 놀고 있었다. 그 바다, 빛깔이 에메랄드빛이었다. 보고 있노라니 내 눈도 에메랄드빛으로 물이 드는 것 같다.
금오도에는 지붕에 줄을 두르고 끝에 돌을 매달아놓은 집이 많았다. 줄을 여러 겁을 두르고, 무거운 돌을 매단 것을 보니, 태풍이 올 때 바람이 엄청나게 심하게 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붕이 날아가지 못하게 막기 위해 밧줄을 두르고 돌을 매달았을 테니 말이다.
금오도 비렁길 곳곳에는 바다를 제대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세어보지 않았지만, 10개가 넘는 것 같았다. "우리가 걸으러 온 게 아니라 전망대 체험을 하러 온 거 같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전망대가 많다는 건 그만큼 바다를 조망하기 좋은 자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리라.
비렁길 2코스는 두포에서 출발해서 굴등전망대를 지나, 촛대바위를 거쳐 직포로 가는 길로 전체 길이는 3.5km, 소요예상시간은 1시간. 실제로 걸어보니 한 시간 갖고 어림도 없더라. 아주 잘 걷는 사람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천천히 걷는다면 그리고 전망대에 들러서 바다에 눈길이라도 한 번 주려면 시간은 더 걸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