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복도로 '배트맨 아저씨' 김명섭씨의 모자에는 '어린이는 희망입니다'란 글귀가 붙어있다.
정민규
그런데 시간을 맞춰서 온 것 같은데 통학 지도를 하는 남성의 모습은 없었다. 지나가는 주민이 보였다. 주민에게 그를 아냐고 물어보자 반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가 오전 8시쯤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정확히 오전 7시 50분이 되자 그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 남자 특이했다. 나타나자 마자 횡단보도에 선 아이들과 악수를 나눴다. 지나가는 버스기사와 환경미화차량 기사들도 아저씨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넸다.
특히 아이들과는 뭔가 반갑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아이들과 하루이틀 본 사이가 아닌 듯 했다. 아이들 이름을 일일이 다 부르며 형제자매, 선생님, 학교 시험, 아침 반찬 등 매번 다른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눴다. 신발끈이 풀린 아이는 무릎 꿇어 신발끈을 묶어주고, 그를 보자마자 "오줌"이라고 말하는 초등학생 1학년을 들고 화장실로 달렸다. 그런 뒤는 항상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잊지 않고 말했다.
아이들도 그에게 "아저씨, OO이는 벌써 학교 갔어요?" 내지는 "시험이 어려워서 잘못 쳤어요"라고 말했다. 그에게 다가섰다. 짧은 머리였지만 스님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먼저 "혹시 스님이시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다.
그의 이름은 김명섭. 55세 남성인데 기자가 "김 선생님은…"하며 계속 질문을 던지자 "그냥 아저씨라고 하세요, 여기선 다들 그렇게 부릅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아저씨는 1985년 3월부터 이곳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통학지도를 하고 있다. 사람들 말처럼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통학지도는 꼭 한다는 아저씨는 "28년 동안 아픈 적이 없단 말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파도 합니다, 저한테는 이곳에 서 있는 게 더 편안하고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횡단보도를 28년째 지키고 선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