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유린으로 논란이 된 전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주현
지난 3일 강제노동과 성폭력 은폐·공금 유용 등의 혐의로 전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전주 소재) 소장과 이사장이 구속됐다. 연구소가 운영하는 시설은 공동생활가정과 주·야간보호센터, 미인가 쉼터까지 총 세 곳. 이곳에는 30명의 장애인들이 살고 있었다.
이곳의 장애인은 강제노역과 모진 학대·성폭력 등에 시달리다 SBS TV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출돼 전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운영하는 시설에 입소했다. 이 중에는 전북도경찰서 광역수사대가 연계해 이 시설에 들어온 이도 있었다.
서울 본소인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지역의 민간단체들이 5월 말,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거주인 상담 조사에 따르면 이 시설에 있던 장애인들 중에는 가정 폭력에 시달린 이도 있었고, 13년간 농장에서 '노예생활'을 하다 구출된 이도 있었다. SBS '긴급출동 SOS'를 통해 구출된 이는 14명이나 됐다. 인권 유린에 시달리다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시설에 새로 정착한 것이었다. 하지만, 5월 이 연구소가 그동안 이들의 치유를 돕기는커녕 이들이 구조되고 받은 보상금을 유용하고, 이들에게 또다시 강제노동을 시켜왔다는 게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는 제주도와 전주 인근의 밭과 개 사육장에서 귤을 따거나 개 먹이를 주는 일을 했다. 또한 시설 내 장애인 모두 '태국 여행을 가자'는 연구소의 제안에 박스 접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부 여성 장애인은 함께 생활하는 장애인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나, 연구소는 이를 신고하지 않고 가해자를 정신병원에 보낸 뒤 피해자는 다른 시설로 전원조치 시키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뿐만 아니라 자립을 요구하거나 잘못을 저지른 장애인들에 대해서는 징벌의 의미로 정신병원에 보내기도 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이준구(가명)씨는 "담배를 피우다 걸려서 입원했다, 병원에서 손발이 묶였던 적이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경찰은 연구소 소장과 이사장이 기간 횡령한 보조금·보상금 규모를 16억7000만 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병용 활동가는 "장애인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거나 지원하는 게 아니라 민간에게 위탁하는 형태로 시설이 운영되다 보니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치유와 상담·자립 돕는 민관 협의체 구성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