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다방 선불금 채권은 불법원인 급여로 무효"

대법원 선고... 살림 "성매매를 강요하는 구조적 착취수단 이용"

등록 2013.06.25 17:54수정 2013.06.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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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거제동에 위치한 부산고등법원과 부산지방법원, 부산가정법원
부산 거제동에 위치한 부산고등법원과 부산지방법원, 부산가정법원정민규

티켓다방 선불금 채권은 불법원인 급여로 무효이기에 갚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은 대법원 판결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살림'과 민심벌률사무소가 진행했던 소송에 대해, 지난 14일 대법원은 원고(티켓다방 여종원) 패소 판결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합의부)로 돌려보냈던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살림'은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한국사회는 거대한 성산업구조에 놓여있는 현실을 자각하고 성매수와 알선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데 강력한 수단이 되면서, 성산업구조를 확산시키는 알선주범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법적 장치로서 매우 고무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사건 현장에서는 항상 여성들을 함께 처벌하는 규정 및 특히, 선불금에 대한 업주 및 전주들의 민사소송으로 인해 여성들이 끊임없이 채무독촉에 시달리며 자살하거나 업소를 나왔다가도 협박에 못 이겨 다시 업소로 재유입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며 "때문에 사건 진행 과정에서 현장단체와 사법기관은 같은 법조문을 놓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통해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살림'은 "이번 티켓다방 선불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업소를 나오고 싶어도 선불금 빚과 지각비 결근비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매매업소의 알선고리 속에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수많은 여성들의 현실을 알려냄과 동시에, 성매매를 강요하는 구조적 착취수단으로서 이용되고 있는 선불금이 불법원인급여로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해 준 의미 있는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였다.

이 단체는 "업소를 나와서도 업주와 전주, 소개업자 등으로부터 공증서류 및 차용증 각서 등을 근거로, 일반대여금인 것처럼 위장된 선불금에 대한 민사소송에 시달리며 숨죽이고 있는 피해여성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용기를 내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법원 "선불금은 종업원들의 윤락행위를 전제로 한 것"


'살림'과 민심벌률사무소에 따르면, 티켓다방 종업원들(원고)은 업주(피고)를 상대로 '청구이의소송'을 냈는데, 항소심인 부산지방법원 합의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던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윤락행위를 알선, 강요하거나 이에 협력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다방종업원들이 업주한테 받았던 선불금을 갚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대법원(재판장 박보영 대법관)은 티켓다방 선불금 채권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제10조)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한 사람 또는 성을 파는 행위를 할 사람을 고용한 사람이 그 행위와 관련하여 성을 파는 행위를 하였거나 할 사람에게 가지는 채권은 그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피고에 의해 티켓다방에 고용되어 일하면서, 시간당 2만 원의 티켓비를 피고에게 내야 했고, 매월 30만 원의 재료비와 결근할 경우 하루 25만 원의 결근비, 지각할 경우 시간당 2만 원을 수입에서 빼거나 선불금에 가산시키는 매우 불리한 고용조건에 있었다"며 "이는 차 한 잔당 가격이 2000원 정도임을 감안할때 차를 배달하여 얻는 수입만을 이 사건 선불금을 갚기가 어렵고, 실제로 다방에서 일하는 동안 티켓 배달을 나가 윤락행위를 했음에도 지각과 결근 탓에 선불금을 거의 갚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결근비와 지각비 등은 여종업원들이 윤락행위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데, 만약 종업원들이 선불금반환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그와 같이 불리한 고용조건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므로, 결국 선불금채무가 윤락행위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원고들은 이 사건 선불금반환채무와 여러 명목의 경제적 부담이 더해지는 불리한 고용조건 탓에 윤락행위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할 것이고, 피고는 이를 알았을 뿐 아니라 유인, 조장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선불금은 원고들의 윤락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거나 그와 관련성이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서 그 대여행위는 민법(제103조)에서 정하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며, 성매매알선등행위처벌에관한법률에 의거, 무효라고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성매매 #티켓다방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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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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