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내부에 목판각으로 새겨있는 '민주노총 전국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 버스지부 전북고속지회'라는 글자가 뚜렷하다
안소민
"그날도 시외 노선을 뛰고 오는 길인데, 추운 겨울 할머니가 길거리에서 차를 세워달라고 했대요. 추운 날씨에 할머니를 내버려둘 수 없어서 태웠죠. 그런데 할머니가 마침 돈이 부족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기사가 할머니 요금을 대신 내준다고 냈는데 돈통에 깜빡 잊고 못 넣은 거죠. 그런데 나중에 기입장에는 분명 3100원을 포함한 금액을 적었거든요. 나중에 넣야겠다 하면서 못 넣은거죠. 이건 명백한 실수지, 착복이라 보기 힘들거든요. 그런데 전북고속에서는 회사 버스비를 착복했다는 혐의로 단칼에 부당해고 했어요."전북고속은 이와 관련 "현재 소송 중이라 할 말은 없다. 버스업계에서는 현금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착오나 실수였다면, 징계위원회에서 이 점을 충분히 감안했을텐데 해고까지 간 것은 그런 판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민주노총 전북고속 노조 조합원은 32명이다. 지도부 4명과 조합원 26명, 해고자 2명으로 구성돼 있다.
2012년 3월 15일, 남상훈 지부장의 단식투쟁으로 또 한번 힘을 얻는가 싶었는데, 큰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해 7월 14일, 통상임금을 포기한 채, 조합원들은 회사에 복귀했다. 7월 14일, 시점으로 복귀한 조합원 숫자는 총 32명이었다. 2010년 12월에 파업할 때만 해도 전북고속 노조원 숫자는 127명이었다.
그 중 일부는 회사를 그만두기도 하고, 일부는 노조를 탈퇴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했기 때문이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않는 파업에 모든 걸 걸 순 없었다.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파업기간 도중, 정홍근 쟁의부장의 소원은 조합원 전체가 일시에 집회 한 번 해보는 것이었다. 파업 현장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파업 언제 끝나냐'고 되묻는 조합원들을 볼 때마다 답답했다.
현재 정홍근 쟁의부장과 3명의 지도부는 나머지 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한명 당 64만원을 받아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지난 2년 반동안 무노동 무임금으로 지낼 때는 최소한 당당하기라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해요. 조합원들이 약 10만원씩 걷어서 우리에게 주는데, 그들도 경제사정이 다 뻔하거든요. 그 돈을 받자니 참 가시방석이에요. 조합원들은 우리를 보면서 '재내들은 언제까지 일 안하고, 우리 돈을 받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이런 식으로 서로가 불신하고 와해되는 게 두려워요."여기에 더해진 사측의 교묘한 차별과 억압도 참기 힘든 일이다. 아무리 견고한 조직이라 하더라도, 이런 현실 앞에서 계속 싸움을 진행할 수 없다. 정홍근 부장은 이 사실을 염려했다.
"전북고속 파업을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요. '우리가 이 쪽 지역의 정서를 너무 몰랐구나'라는 것이었요. 버스 지원금을 받아서 운영하는데, 그 돈이 다 시민이 낸 세금 아니예요? 그게 부당하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밝혀냈는데도, 시민들은 파업을 독려해주기는커녕, 파업 자체를 불편해 하더라구요. 지역민들의 지지와 응원을 등에 입지 않고서는 싸워이기기 힘든다는 걸 배웠어요."최종목표는 임단협 성사... "그냥 굽히고 들어갈 순 없죠" 정홍근 쟁의부장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최종목표는 임단협 성사. 사측이 성의 있고 진정성있는 태도로 임단협에 임할 때까지, 그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