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미아삼거리역 부근 영훈국제중
권우성
2008년 영훈중학교는 대한민국 최초로 국제중 인가를 받았다. 당시 영훈학원은 영훈초·중·고 등 3개교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법정전입금이 거의 없는, 말 그대로 '영세사학'이었다. 2006년 기준 영훈학원의 법인 내 학교에 전입된 금액 1200만 원은 전체 운영비의 0.07% 수준이었다.
설립자의 친일파 의혹에, 영세사학인 영훈중이 어떻게 국제중이 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의 대답은 이사장의 이력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우리나라 사학계를 대변하는 한국사학법인연합회와 한국사립중고법인협의회 회장을 모두 지낸 거물이다. 중요한 시기마다 사학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면서 보수 정권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왔다. 친일파 의혹을 받던 아버지가 이승만 정권의 눈에 들어 초대 서울교육감을 지낸 것과 상당히 비슷한 모양새다.
그는 전두환 정권 때인 1983년부터 민주평통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맡았고, 2007년 18대 대선 당시 이명박의 외곽 선거캠프로 불렸던 뉴라이트 단체 선진화국민운동본부에 참여했다. 2009년 1월에는 대표적 보수 시민단체들의 '시민사회단체 신년인사회'에도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김진홍 목사·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과 참가했는데, 한나라당 정몽준·전여옥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함께했다.
2008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김하주 이사장이 뉴라이트 단체인 '선진화싱크탱크'와 '선진화NGO네트워크'라는 단체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던 뉴라이트 단체 활동에 대한 보은 정책으로 영훈중이 국제중에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2012년까지 영훈학원은 승승장구했다. 정점은 2012년 김하주 이사장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12월 대통령 직속 헌법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하주 이사장은 평화통일 기반조성과 국민통합에 기여한 공로허 서대문구 힐튼호텔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모란장은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무궁화훈장 다음(2등급)이다. 과거 문화훈장 대통령장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김하주 이사장이 평화통일 기반 조성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 국민통합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 또한 2007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뉴라이트 단체에 참가한 공을 인정받아 국제중 승인을 받은 연장선에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위기 닥친 영훈학원의 선택은 '권력 줄 대기'?2012년까지 승승장구하던 영훈학원은 2013년 위기를 맞닥뜨렸다. 설립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이 예견된 가운데 '김하주 이사장이 또다시 권력 줄 대기를 선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훈학원은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서울교육청 공무원 출신을 영훈중학교 교장으로 영입했다. 정동식 영훈중 교장은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하지만, 교사자격증이 없고, 단 1년의 교사 경험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영훈중 교장뿐 아니라 법인 감사·행정실장 등에도 잇따라 서울교육청 출신 인사 5명이 영입됐다. 이를 두고 감사 무마 또는 예산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영훈학원은 위기 상황 속에서 지난 3월 또 한 명의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그 인사는 바로 영훈고 교장이 된 황영남이다. 그는 인천 삼량중고와 서울 세종고의 교장을 역임하고, 한국교총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을 지낸 인물로 영훈학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영남 교장은 19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의 외곽 선거 캠프로 구성한 '국민행복추진위원회'(단장 김종인)의 행복교육추진단 추진위원이었다. 이 캠프가 박근혜 후보의 교육공약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거쳐 현재 청와대 초대 교육비서로 현 정권 교육계 실세 중의 한 명으로 불리는 김재춘 당시 영남대 교수도 황영남 교장과 함께 이 캠프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마치 김하주 이사장이 2007년 18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인 이명박 후보의 외곽 캠프인 '선진화 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해 활동한 뒤 최초로 국제중으로 승인받고, 국민훈장 모란장까지 받으면서 승승장구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이로 인해 김하주 이사장이 위기 상황에서 사학법인에 가장 큰 권력인 서울교육청과 청와대에 줄을 대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친정권 체재를 구축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영훈고 교감이 갑자기 직위해제를 당했다. 그가 영훈중 교감 당시 국제중 입시에서 성적 조작을 거부한 괘씸죄와 최근 사태의 밀고자로 찍혀서 보복인사를 당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 된 영훈학원 입시비리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