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벽돌' 납품비리 의혹

'생산-납품업체', 벽돌 속 폐비닐·나무토막 등 건축폐기물 수두룩

등록 2013.06.18 19:19수정 2013.06.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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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골재로 만들어진 이른바 '폐기물 벽돌'을 둘러싸고 벽돌을 생산한 업체와 해당 벽돌을 공사장에 납품한 철물점과의 납품비리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이에 벽돌공장을 관할하고 있는 서산시는 "벽돌공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문제의 벽돌을 현장에 납품한 철물점 주인도 "자신은 그냥 필요한 곳에 납품만 했을 뿐"이라며 이 같은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강명진(44)씨는 어머님을 모시고 살기 위해 올해 3월 안면읍 정당리 630-1번지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친형님인 성진(51)씨와 함께 집을 짓던 명진씨는 2층 공사를 하던 중 벽돌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3개 회사의 벽돌을 납품받아 쓰던 중 유독 2개 회사의 벽돌에서 폐비닐과 나무토막 등이 발견돼 이를 납품한 공장에 직접 알아보니, 이 2개 회사의 벽돌은 순환골재로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벽돌이라는 것. 하지만 유독 한 업체의 벽돌에서만 육안으로 봐도 지저분할 만큼 많은 양의 건축폐기물들이 확인됐다. 강씨는 이를 납품한 ○철물건재에 벽돌상태를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법대로 처리하라"는 답변뿐 딱히 해결점을 찾을 수 없었다. 강씨가 ○
철물건재에서 납품받은 벽돌은 총 3개 업체의 벽돌로, A업체(서산시 부석면)와 B업체(서산시 대산읍) 그리고 C업체(서산시 읍내동)에서 각각 5천 장, 2천 장, 5천 장씩을 납품받았다.

이중 순환골재로 만들어진 재생벽돌은 B와 C업체. 그 가운데 C업체의 벽돌에서 유독 폐비닐과 기다란 나무토막, 건설현장에서 쓰다 굳은 본드 등의 형체가 확실히 잡혀있었다. 강씨는 이 같은 내용을 생산업체인 C업체에 여러 차례 항의했고, 지난 7일 업체 관계자 이모 과장과 최모(52) 공장장이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들은 "B업체도 순환골재로 만들어진 벽돌을 납품했는데 왜 우리 업체만 이를 다 물어 줘야 하냐"고 말하며 "벽돌에 이상이 있음은 시인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C업체 벽돌을 살 때 자신이 지불한 돈 70만 원과 시멘트값 15만 원 등 인건비를 포함해 7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강씨는 "벽돌을 만들 때는 석분과 모래를 써야 하지만 내가 직접 C업체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폐기물이 수북이 쌓여있었고, 그걸로 만든 벽돌만이 보였다"며 "이는 전적으로 '폐기물 벽돌'을 생산한 C업체에서 손해를 배상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업체 관계자 두 명은 지난 7일 본사에서 현장을 취재해 갔다는 얘기를 듣고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녹음을 할 것이며, 괜한 꼬투리를 잡히기 싫어 말을 하기 싫다"며 찾아온 용건을 묻는 기자의 말을 무시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이모 과장은 또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달라"고 말했지만, "왜 폐기물을 다량 벽돌에 넣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에 사건의 열쇠를 쥔 ○철물건재 최모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 초 조카 최모씨로 벽돌을 납품받았을 뿐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 벽돌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피해자가 직접 나서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철물건재 최모 대표의 말에 따르면, 강씨가 납품받은 벽돌업체 3곳 모두의 벽돌가격은 1장당 운반비를 제외한 납품가만 65원. 강씨에게 판매한 금액도 3개 업체 모두 똑같이 1장당 100원씩을 받았다.

최 대표는 "강씨가 벽돌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한 뒤론 직접 벽돌 상태를 보고 골라가고 있다"며 "자신이 벽돌납품까지 맡게 된 건 조카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나에게 벽돌사업을 넘겼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품질안전평가실 순환골재인증팀 담당자는 지난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폐골재를 이용해 단순히 도로를 까는 작업이 아닌 벽돌로 2차 공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규제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7일 저녁 서산시청 환경보호과 미화계 김기필 주무관은 "해당 공장에 나갔다 온 결과 공정에는 문제가 없는 걸로 파악됐다. 전화상 환경부측 검토를 통해서도 C업체의 불법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태안군청에서는 폐골재 및 순환골재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지식이 없다"고 답하며 "우리 관내 벽돌공장이 없기 때문에 더욱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라고만 했다.

'폐기물 벽돌'을 놓고 혼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업체와 당사자간 법대로 처리하라는 중간납품업자. 그리고 피해를 물어내라며 공사한 곳을 다 허물고 다시 짓겠다는 피해자. 행정의 무관심과 관계당국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틈 속에서 이들의 혼란과 갈등이 좀 더 지속될 조짐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태안미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안군 #폐골재 #벽돌 #폐기물 #서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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