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음악생산조합 운영위원 단편선(28·가수)씨.
이청초
합법적인 생활협동조합이 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사무소 소재지를 관할 시·도지사에게 신고해야 하지만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아직 자본금이 부족해 정식 사무실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은 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버려진 건물(현 한예종 학생회관) 지하에 임시로 자리를 잡고 '클럽 대공분실'이란 이름을 내걸었다. 대공분실이란 이름은 이곳이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건물이란 점에 착안한 명칭이다.
조합은 이곳을 한예종 동아리연합회와 2년 동안 공동 관리·운영하며 사무실 겸 공연장으로 무료 사용해왔다. 하지만 협약을 맺었던 학생회가 바뀌면서 앞으로 공연장 운영도 불투명해졌다. 단편선 운영위원은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 800만 원 정도 모았는데 앞으로 2000만 원 정도 더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합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이다. 2012년 상반기의 경우 1회당 대출한도 50만 원, 1년 안에 10%의 이자를 붙여 상환하는 조건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정식으로 협동조합을 운영하려면 그동안 해 온 방식의 소액대출 사업을 접어야 한다. 편법으로 신용사업 위주의 협동조합이 난립할 우려가 있어 정부가 법으로 보험과 금융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앞으로 음반제작을 위한 소액대출 대신 조합 측이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이 합법적인 협동조합으로 전환되면 서울시로부터 협동조합 융자금 등 투자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협동조합 전환을 서두르기보다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에게 생활협동조합은 어떠한 자본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양질의 음악을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단편선 위원은 "모든 조합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장 좋은 답이 나올 때까지 이야기 한다"며 "이렇게 느린 의사결정 과정이 단점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생활협동조합으로 인가받는 것 외에도 이들에겐 대중적인 기반을 넓히는 일 등 숙제가 많다. 두리반 지원을 위한 노동절(5월 1일) 공연으로 시작한 '오십일플러스(51+)페스티벌'이 지난 달 4일 4년째 행사를 열었을 때, 현장을 찾았던 관객 김진솔(29·여·회사원)씨는 "홍대 두리반에 관심이 있어 3년째 페스티벌에 왔지만 자립음악생산조합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민우 음악평론가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생산자조합이지만 음악을 즐기는 소비자들과의 연계 없이는 자립이 어렵다"며 "조합 내에서 여성듀오 무키무키만만수(대표곡 '안드로메다')나 남성2인조 밴드인 404('말해다오') 같은 인상적 뮤지션을 키우는 등 호소력 갖춘 결과물을 만들어야 음악적 인프라를 자율적으로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이 음악씬(음악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에서 보다 분명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참여하는 밴드의 수를 늘려야 지속가능한 독립 체제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조합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술협동조합 성공의 시금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