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직장> 표지
한울
이 책은 시민사회와 비정부기구(NGO) 등의 제3섹터에서 찾아 낸 창조적 직장 15종에 관한 탐색 보고서이다. 제3섹터는, 대다수 취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청년 실업자, 잠재적 실업자 등이 선호하는 정부나 기업 중심의 전통적인 직업 시장 영역과는 다르다.
흔히 제3섹터라고 말하는 이 영역에는 정부의 운영 원리인 강제, 계층화, 다수결, 획일성, 기업의 운영 원리인 이윤 추구, 경쟁, 효율성, 실적주의와는 다른 원리와 가치가 작동한다. 제3섹터는 자율, 참여, 연대를 비롯하여 형제애, 봉사, 관용, 공공성, 다원성, 공동체, 윤리, 세계 시민 정신, 생태주의, 국제 협력, 실험 정신, 영성 등과 같은 가치를 중시한다. 따라서 인간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정신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많은 계기를 지니고 있다.(6쪽) 이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노동에서 제3섹터의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7%다. 적지 않은 수치다. 그럼에도 이것들에 관한 정보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제3섹터의 직장들이 아직은 비주류에 속해 있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 자신의 말처럼, 창조적인 직장을 구하고,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머리에서 소개한 '노인권리 운동가' 외에 눈길을 끄는 직업으로 '대안학교 교사'가 있다. 교사는 청소년들의 선호 직업 순위 조사에서 공무원과 더불어 늘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많은 직업이다. 하지만 최근 학교 내외의 이런저런 여건 변화 때문에 일반학교 교사로 살아가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다. 저자가 대안학교 교사를 유력한 미래 직업으로 소개하는 배경 중의 하나다.
실제로 일개 교사가 일반 학교에서 자신의 교육 철학을 펼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철저하게 수직적인 위계 구조 속에서 학교 관리자의 명령과 지시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학교 운영 시스템 때문이다. 하지만 대안 학교는, 자신이 생각하는 특정한 교육 목표를 갖고 있는 학교를 잘 찾아내기만 하면 자신의 뜻을 얼마든지 펼칠 수 있다.
대안학교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은 '탈학교 학생'들의 수도 만만치 않다. 2011년 교육 통계 분석 자료집을 보면, 한 해 고교 학업 중단자는 3만 8천여 명을 넘는다. 하루 100명이 넘는 고교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중 일부는 '홈스쿨링'으로 편입되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대안학교로 흡수될 수밖에 없다. 전일제형(특성화학교, 비인가학교, 위탁교육기관)과 프로그램형(계절학교, 방과후학교) 등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가 운영되는 배경이다.
문제는 현실적인 직무 조건이다. 이 책에서 인용하는 2006년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안학교 교사는 1일 근무 시간이 10시간에 가깝고, 평균 월급이 150만 원 정도이다. 하지만 직무 만족도에서는 87%가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는 일반 교원들의 직업 만족도가 꾸준히 감소하고, 그 비율도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한 점과 뚜렷이 대비된다. 저자는, 1970년 이후 자유로운 수업을 중시하는 대안학교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