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은 지난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는 모습.
권우성
국정원도 촛불 트라우마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원세훈 전 원장은 "치안 사무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촛불집회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촛불집회가 상징하는 '반정부 분위기'를 가장 절실하게 체험한 MB 최측근이었다. 이것이 국정원 운영방침에 반영됐음은 지난 14일 발표된 검찰수사 발표문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8년 '광우병 촛불 사태'가 종북좌파세력의 조직적인 선전선동에 기인한 것이라는 인식하에,- 2009. 2. 국정원장 취임 이후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 수행을 방해하고, 국정 흔들기를 위하여 선전·선동을 하는 종북좌파에 대하여 효과적인 국정홍보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국정원의 중요한 과업이라고 판단하였음.검찰은 공소장에서도 "촛불사태 당시 치안 사무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반정부 선전·선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중략) 국정원도 이러한 반대한민국 세력의 선전·선동에 맞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3~4쪽)고 적었다.
지난 2009년 1월 국정원장에 내정될 당시 "잘못된 10년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했던 원세훈 전 원장이 종북세력 척결론을 내세우며 "사이버상의 국정홍보"를 통해 '정권 안보'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원 전 원장이 주목한 곳은 3차장실 산하의 '심리전단'이었다. '심리전단'은 "과거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대북심리전을 수행해오면서 인터넷 상용과 함께 북한의 대남 사이버 심리전을 감시"해온 부서였다.
심리전단 4개 사이버팀 지휘한 곳은 3차장? 2차장? 원세훈 전 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09년 3월 국 소속이던 심리전단을 3차장 산하의 독립부서로 편제하고, 심리전단 내 사이버팀을 2개팀으로 늘렸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조직이 확대됐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부가 시작하는 지난 2010년 9월과 총선·대선을 앞둔 지난 2012년 2월 심리전단 내 사이버팀을 각각 3개 팀과 4개 팀으로 늘린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를 맞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고,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선거 시기의 사이버 활동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심리전단을 확대했다고 서술했다(7쪽).
민주당과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에서는 심리전단이 지난 2011년 11월 심리정보국으로 확대개편됐다고 주장해왔다. 2급인 '단장'이 지휘하던 조직을 '국장'이 지휘하는 조직으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장과 수사결과 발표문에서 일관되게 '심리전단'이라는 용어를 썼다. 검찰은 "수사한 결과 직제상의 편제 및 규모와는 무관하게 '심리전단'으로 통칭돼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국정원쪽의 진술에만 의존한 결과로 보인다.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국정원은 심리정보국 아래에 두 개의 단을 뒀다. 구아무개씨를 단장으로 하는 제1단은 심리전 기획부서이고, 이아무개씨를 단장으로 하는 제2단은 심리전 실행부서다(관련기사 :
국정원 4개팀 70여 명이 '인터넷 댓글 공작' 벌였다).
그런 점에서 국정원 안에서 '심리전단'으로 통칭된 것은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된 것을 은폐하기 위한 조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제2단에는 보안 1·2·3·5팀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총 4개의 사이버팀이 있었다'는 검찰수사와 같다.
일각에서는 4개의 사이버팀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곳으로 국내정치를 맡고 있는 국정원 2차장실을 지목하기도 한다. '대북심리전'으로 은폐하기 위해 편제는 3차장실에 뒀지만, 실제로는 2차장실에서 지휘했다는 주장이다. 차문희 당시 2차장이 김용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직거래했다는 의혹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심리전단은 대북심리전이 주요 업무이기 때문에 국내파트인 2차장실에서 지휘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심리전단에서) 국내심리전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원의 고유업무"라며 "우리 국민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공격하는 게 아니라 국론형성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나쁘게만 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다만 오랫동안 국정원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2차장실과 3차장실의 업무야 분리될 수 있지만 (심리전단의 활동을) 2차장도 다 보고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부서장 회의-일일 모닝 브리핑 지시사항도 사이버팀에 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