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팔당 버스 정류장
김동원
먼저 버스 정류장을 만났다. 전철을 버리고 버스를 탔기 때문이었다. 전철을 버린 것은 순전히 날씨탓이었다. 이렇게 좋은 날 상당수의 구간을 어둠속을 기듯이 가야 하는 전철에 가는 동안의 시간을 내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에서 양수리를 가려면 짧게 짧게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한다. 버스는 팔당대교를 건너자 마자 사람들을 내려주고 그러면 그곳의 하팔당 마을 정류장에서 양수리 가는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요즘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는 버스 정류장에도 전광판이 설치되어 버스 시간을 알려준다. 하지만 사람이 뜸한 이곳 버스 정류장은 예전 모습 그대로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세상에서의 기다림은 막막하다. 하지만 그 막막함은 자로 잰듯 살아야 하는 빡빡한 시간 속에서 우리의 삶을 풀어놓는다. 그래서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마냥 좋을 때가 많았다. 이번에도 같았다.
게다가 이곳의 버스 정류장은 오는 버스를 멀리서부터 마중할 수 있었다. 아득하도록 길게 일직선으로 뻗어있기 때문이다. 버스는 마치 신파조의 영화에서 사랑하는 연인들이 꼭 어느 정도 거리를 달린 뒤에 서로 부둥켜 안고, 몇 바퀴를 돌 듯이 그렇게 아득한 거리를 달려와 포옹이라도 하듯이 승객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