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자료사진)
유성호
백 수석연구위원는 또 "미국이 이번 북한의 대화제의를 바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현재 중국과 북한이 주도하고 있는 '대화 다이나믹스'에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든 화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백 수석연구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지 5일 만에 북한이 미국에 대해 고위급회담을 제의했다."북한이 최근 적극적으로 대화로 나오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 지난 반 년 동안 전쟁위험을 무릅쓴 '기 싸움'을 하면서 나름대로 추구했던 3가지 목표와 연결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김정은은 '젊고 경험이 적은 사람인데도 결코 허약하지 않고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지도자상(像)'을 확립코자 했다. 둘째,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김정은은 위기 고조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코자 했다.
결국 '언제까지 이처럼 군사적 대결을 반복해야 하느냐'고 묻으면서, 이번 위기가 끝나면 '다시 협상장에 앉아 현안들을 해결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북한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목표는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세 번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대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대화제의는 임기응변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전략적인 것이다. 김정은이 주변국들의 새로운 지도자들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자신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데서 지난 반년을 허비하고 난후, 지난 5월 20일 미항모 니미츠호가 참여한 동해에서의 한미해상합동훈련을 끝으로 올해 들어 한반도에서 군사안보위기가 실질적으로 종료되자, 이제 자신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위한 대화노선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주장하듯 '그동안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원칙을 가지고 북한을 대했기 때문에 굴복해 들어왔다'는 얘기는 지극히 우리 식의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아닌 이상, 완승완패는 없는 법이며, 특히 '기 싸움'에서 굴복하고 들어올 북한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것 아닌가.
북한은 최룡해를 특사로 중국에 보내 미국 등 국제사회에 '대화하고 협상하자'는 입장을 공표했다. 북한으로선 자신의 뜻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미중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타이밍을 맞춰 대화노선을 천명한 것이다. 남북간에는 개성공단 같은 현안들이 있으니 먼저 남한하고 대화를 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게도 대화 제의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그러져버렸으니 미국하고의 직접 대화를 통해서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은 북한의 이번 대화제의를 받아들일까."미국이 당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신들은 대화에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계속 반복적으로 확인해왔다. 그 말을 갑자기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워싱턴의 '대화파'들이 거의 사라지고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난 번 남북대화가 중요했다. 만일 그렇게 되었더라면, 미국도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나올 명분이 없는 것 아닌가.
요는 이번에 중국과 북한이 공동으로 시작하는 '대화 다이나믹스'에 북한이 아주 주도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우리가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 등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우리 정부하고 미국이 이걸 어떻게든 받아야 한다. 이번에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었지만, 북한으로서도 물밑대화를 시작해야 할 처지고, 우리도 그렇다. 그렇게 되어야 미국이 움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