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오랜 세월 빛바랜 흔적
김민수
용케도 색깔만 변하고 잘 버텼다. 우박이라도 내리면 구멍도 송송 뚫리기 마련인데, 그저 색깔만 변했다. 그러나 만지면, 푸석하니 부서져 버릴 운명이다.
혹시라도 그곳에 살던 이들의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공용화장실 옆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을 길어가는 이가 있다. 낯선 이의 눈길이 부담스러운지, 아니면 의심스러운 것인지 자꾸만 흘낏거린다.
아무리 그들을 이해한다고 해도, 이해하려고 해도 나는 그곳에서 이방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