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오 씨의 4집 음반 <걷는 사람> 발매 기념 콘서트
콘서트 '동행' 기획단 제공
"근황은 별다를 게 없는데요. 공연하고 개인 연습하고…. 어제 하동 지리산 둘레길 걷기 행사에서 공연하고 오늘 왔어요. 쓰실 말이 없어서 어떡하죠? 저는 단답식을 좋아하는 편이라…."지난 6일 망원역 인근 햄버거 가게에서 근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문진오씨가 덤덤하게 답한다. 옆 테이블에 앉은 10대들의 앙칼진 목소리에 묻힐 듯 말 듯 이어지던 무채색의 낮은 말소리가 멈춘다. 10분 만에 핵심 인터뷰가 끝났다. 근황과 4집 앨범 소개, 콘서트 '동행' 기획을 들었으니 필요한 이야기는 얼추 들은 셈인데, 왠지 허전하다.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큰 웃음소리가 어색한 침묵을 메운다.
"아따, 시끄럽네이~!"전남 보성이 고향인 문진오씨는 그곳에서 유년을 보냈다. 그는 유년기의 자신을 '감수성이 풍부한, 말 없던 아이'라고 하며 눈을 반짝이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읍내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 집이 걸어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깡촌이었어요. 보성군 노동면 장작골이라는 곳인데요. 주말이면 할머니 집에 걸어 들어갔다가 일요일에 걸어서 나왔어요. 할머니 집은 전기도 안 들어왔어요. 그때 풀밭에 누워서 바라봤던 하늘이 아직까지 생각이 나요."전남 보성군 노동면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말 없는 아이의 고향이었다. 비에 쓸려 움푹 팬 울퉁불퉁한 고갯길을 넘으면 보이던 그리운 고향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며 만든 노래가 2집 앨범 <오래 꾸는 꿈>에 수록된 노래 '내 고향 장작골'이다.
산 속 작은 연못엔 한가로운 물고기 놀았지 음 그리운 고향 저 건너 집 한 채 소리 지르면 반갑게 대답하던 한가로이 풀밭에 누워 내 마음 같던 구름을 세던아주 작은 어린애 거기에 있었지 아주 작은 어린애유년 시절 기억 회상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그의 음악에서 주요 모티브가 되고 있다. 4집에 수록된 <호박>은 시장에서 호박을 사다가 어릴 때 어머니와 시장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고 만든 노래다. 이 노래에는 백 원 싼 호박을 사는 자신의 모습이 어머니의 삶과 같은 연속선상에 있다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
어렸을 적에 엄마랑 시장에 가면 엄마는 꼭 십 원을 깎는다 챙피했다오늘 나는 시장에 가서 백원 싼 호박을 샀다'
노래하는 사람'의 꿈을 이루다"꿈을 이루셨네요.""그랬다고 볼 수 있죠. 노래를 하면서 살고 있으니까."문진오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광주로 전학을 와서 고등학교 시절까지 이곳에서 보냈다. 어릴 때 문씨의 꿈은 노래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도 노래를 좋아했어요. 5학년 때 광주로 전학을 와서 음악 실기시험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내가 노래를 부르니까 떠들던 애들이 조용해졌어요."하지만, 노래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문화적인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그린필드'라는 밴드에서 보컬을 했는데, 대학 그룹사운드 카피 곡을 부르면서 '모여서 뚱땅뚱땅' 했던 게 그나마 어릴 때 음악을 좀 했던 기억이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기타를 치던 누나들 덕분에 본격적으로 기타 연습을 하게 되고, 김정호·'4월과 5월'·트윈폴리오·김민기·양희은의 노래를 통해 기타를 배웠다.
서울에 올라와 대학에 다니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보기 위해 그가 다니던 학교에 있던 이정선과 왕영은 등을 배출한 음악 동아리 '징검다리'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시골 소년의 꿈은 이 당시까지도 미완으로 남는다.
"고등학교 동창이 자기가 다니는 독서회 동아리에 데려갔어요. 책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데였는데, 술을 계속 사주는 바람에 결국 징검다리 오디션을 못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