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바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심명진
그는 지난해 선거 때 박근혜 대통령이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당시에는 표가 필요해서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약속했다가 당선된 뒤에는 부담이 되고,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도 부담인 것"이라며 "이제 보기 싫다는 게 아닌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자신들이 1년 넘게 지켜온 천막이 뜯기던 장면을 회고하며 윤충렬씨는 "우리 집이 무너져내려 쓰레기차에 실리고 천막이 뜯겨나가는 게 허탈했다"며 "하지만 계속 겪으니까 악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4분의 영정사진을 쓰레기차에 실어 가려고 했을 때 정말 화가 났다"고 회고했다. 경찰은 철거에 항의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6인을 포함해 일반인과 성직자까지 모두 16명을 연행했다.
윤충열씨는 "5월 29일 <꽃보다 집회> 시위를 기점으로 사법부가 대한문 분향소를 불법 폭력집회로 보기 시작한 것 같다"며 "이전의 집회마저 불법으로 규정해 버렸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분향소 철거와 관련해 "대한문 앞 쌍용차 범대위 천막과 플래카드 등은 경찰이 불법집회로 규정한 시설물"이기 때문에 "3일과 7일 각각 등기로 계고장을 보냈고 수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0일 철거 전에 계고장을 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도로에 주저앉은 쌍용차 해고자들의 곁엔 시민들이 함께했다. 지난해부터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문화제에 참석해 왔다는 맹경숙(54)씨는 쌍용차 해결 촉구 미사를 진행하던 신부가 연행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신부 면회를 위해 은평경찰서에 가던 중 대한문에 들렀다. 그는 "속상한 마음의 표현을 억압하고 무자비하게 잡아가는 건 과거 독재정권과 다를 것 없다"며 "한국에 살기 싫다"고 울화를 터트렸다.
그와 함께 온 방영희(66)씨도 "쌍용자동차 분향소의 노동자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전하며 "근본을 해결해야지 때리고 구타해서 연행하는 건 해결 방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자리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다. 모두 철거소식을 듣고 나온 시민들이었다. 패널을 들고 인도에 걸터앉은 한 시민은 "어제 미성년자 친구가 코피가 나고 쓰러졌는데도 잡혀들어갔다"며 분노했다. 남궁한(20·녹색당 대의원)씨는 "마치 도둑이 내 집을 털고 가족을 죽인 느낌이었다"며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마음을 전했다.
13일,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로 합법과 불법 갈려 하지만 쌍용차 해고자와 그들과 함께하는 시민들을 보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구청장 사퇴하라'고 쓰인 패널을 든 시민에게 "나라를 생각해야지 데모나 하고 다니니까 철거당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윽박지르던 노신사는 "10대 경제국가에서 거지처럼 뭐 하는 짓이냐"고 나무랐다. 중년 여성도 "외국인도 있는데 뭐 하는 짓인지…"라면서 혀를 차며 지나갔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쌍용차 해고자들과 그들을 둘러싼 280명의 경찰중대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 무심히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