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대가 5.18단체가 주최한 특강을 불허하자 11일 오후 7시부터 대구교대 본관 1층 로비에서 60여 명의 청중들이 모인 가운데 한홍구, 서해성의 강연을 강행했다.
조정훈
한 교수와 서 작가는 일제강점기 때 대구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을 시작으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 해방 직후 대구와 경북 일대에서 벌어진 10월항쟁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형인 박상희씨가 구미와 선산에서 폭동을 주도하고 넓은 들판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근현대사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서 작가는 "대구에는 세 가지 꽃이 있다"며 국채보상운동, 이상화 시인, 2·28학생운동을 들었다. 국채보상운동은 민족자주운동으로 대구에서 가장 먼저 불꽃을 만들어냈고 이상화 시인은 겨레글의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이어 2·28학생운동은 4·19의거를 만들어낸 시작점이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일제시대 대구의 기생들도 해방운동을 이끌고 민중운동을 이끌었다"며 "대구는 한국의 모스크바로 불릴 만큼 민중운동이 강하게 일어났던 곳으로 지금의 대구시민들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 작가는 "독재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일"이라며 "대구의 3대 보화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의 자부심을 현재에 이어가자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대구의 꽃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발전과 민주주의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복도에 앉아서 하는 불편함에도 60여 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김두현 5·18민중항쟁 33주년 대구경북행사위원장은 "학교 측과 대화를 하면서 설득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불편한 장소인데도 많이 와주었다"고 인사했다.
강창덕 인혁재단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인혁당 사건으로 많은 사람을 형장의 이슬로 보내 가슴이 아팠는데 한홍구 교수가 과거사위원회에서 많은 일을 해 주셨다"며 "오늘 이자리에서 만나뵈니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강연을 들은 박인화(20)씨는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를 조금밖에 배우지 못해 많이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며 "복도 바닥에 앉아서 강연을 듣는다는 게 황당했지만 뜻깊은 강연이었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민세인(38, 교사)씨는 "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바르게 알아야겠다는 마음에 강연을 듣게 됐다"며 "오늘 두 분의 강연에 많은 공감을 하고 학생들에게도 일본어뿐만 아니라 한일 근현대사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교대는 이날 강연을 불허한 이유로 "대학원생들의 야간 수업일인 매주 화, 목요일은 주차공간이 포화상태"라며 주차공간의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강연이 시작된 오후 7시와 7시 50분, 8시 30분에 걸쳐 주차 공간을 확인한 결과 빈 공간이 상당수 있었다. 강연을 불허할 만큼의 주차 공간 부족의 이유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