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전혀 다른 꽃을 피운 미국제비꽃. 변종이다. 혹자들간에 은하수제비꽃,점박이제비꽃,얼룩제비꽃,주근제비꽃,얼룩무늬제비꽃 등으로 불리고 있다.
김현자
"제비꽃 종류만큼 자연 상태에서 잡종 형성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드물다. 그래서 사람마다 각각의 변이 형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종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정상적인 종의 형태 특징을 다룬 기재문을 바꾸기도 한다. (줄임) 일본의 유명한 제비꽃 전문가가 펴낸 도감에서도 정상적인 종류 이외에 야외에서 관찰한 수많은 잡종을 분류학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숙제로 남겨 놓았을 정도이다. (줄임) 최근 들어 환경 변화로 일시적인 변이 양상을 보이는 개체들이 마구 새로운 종으로 명명되어 우리나라의 제비꽃 종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신종 분류에 신중했으면 하는 마음과 더불어 인위적인 교잡 과정이나 여러 지역에서 수집된 표본 자료 등을 세심히 관찰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이들에 대한 정확한 분류학적 위치 설정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에서
위 사진은 공원이나 학교, 아파트 등지의 화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국제비꽃이고, 아래는 점박이 꽃을 피운 미국제비꽃 변종을 찍은 것이다. 꽃잎의 무늬가 전혀 달라 다른 종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 둘은 같은 미국제비꽃으로 지난해 각각 다른 곳에서 같은 모습으로 피었었다.
북아메리카 원산이라 '미국제비꽃'이라 부른다. '종지나물'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잎의 가장자리가 말려서 전체적으로 종지모양이 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란다. 재배종으로 화원 등에서도 파는데, 공터나 숲 언저리 등에 야생화처럼 군락지어 자라는 것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미국제비꽃은 일반적인 제비꽃들보다 꽃이 큰데다가 흰색 바탕의 남색무늬가 시원해서인지 이 제비꽃을 볼 때면 시원시원하고 화통한 여장부가 연상되곤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꽃을 피운 제비꽃 앞에서 올 봄 무척 아쉬웠다. 지난해 사진이라도 찍었으면 미처 보지 못한 변화를 사진으로라도 살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체 이 미국제비꽃들은 왜 꽃잎을 바꿔 핀 것일까? 미국제비꽃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첫 꽃송이가 피어난 이후 나머지 꽃들이 필 때까지 하루에도 몇 번 오가며 전형적인 미국제비꽃이 한 송이라도 필까 살펴보곤 했지만 끝까지 점박이 꽃만 피웠다가 져버리고 말았다. 내년에는 또 어떤 꽃들이 필까? 벌써부터 꽃 피울 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