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앞 방문 앞 시렁 위에 딱새가 둥지를 지었다.
강은경
딱새가 툇마루 시렁에 둥지를 틀었다. 들랑거리는 방문 앞이다.
지난 4월 초순이었다. 개나리가 발록발록 꽃망울을 터트려 관목 울타리 한 켠이 노란 봄빛으로 환해져가던 때였다. 뜰과 툇마루 사이를 하르륵 하르륵 오가는 딱새 한 쌍이 자주 눈에 띄었었다. 울타리 관목가지에 앉아 파르르 꼬리를 떨며 삐이-삐 삐이-삐-...... 지저귀는 모습도.
텃새인 딱새는 맵시가 아주 앙증맞고 매끈한 새다. 수컷은 몸통이 붉은 주황색이고 머리는 검은 색과 흰색이 섞였다. 검은색 양 날개에는 흰 점이 뚜렷하다. 암컷의 몸통은 회갈색이다.
그들이 툇마루 시렁에 둥지를 지었다. 엎어놓은 시루 안이었다. 아무래도 은밀하고 조용한 작업이었다. 그들이 풀줄기와 이끼들을 수백 번 시루 틈 사이로 물고 들어가, 공들여 둥지를 틀고 알을 까고 부화시키는 동안, 나는 그 막중한 작업을 알아채지 못했다. 일마다 시선이 날카롭고 예민하기로 자타가 인정하는 내가 말이다. 사실 그동안 나는 주로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밖으로 나가 자주 서성이지 않았다. 뭔가에 정신이 빠져 있었다. 그렇다고 방문 바로 앞에 차린 새 살림, 새 생명들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다니.
며칠 전, 놀러온 친구 J와 툇마루에 앉아 있었다. 이른 아침 볕바라기를 하는 중이었다. 아침볕이 맑고 따스했다. 그때 어린 새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왔다. 여리고 선연한 소리. 까치발로 소리가 들려오는 시렁 쪽으로 다가갔다. 숨을 죽인 채 시루를 살짝 들어올렸다. 거기, 둥지 속에 눈도 뜨지 않은 새끼 새들 대여섯 마리가 노란 부리를 뾰족이 내밀고 있었다. 우리는 애써 소리를 삼킨 채 눈으로 탄성을 질렀다.
그때부터 우리는 툇마루를 숨죽여 오고갔다. 살며시 방문을 열고 닫았다. 노심초사 발목이 저렸다. 우리가 툇마루 근처에 있으면 먹이를 물고 날아온 어미 새와 아비 새가 둥지로 다가오지 못했다. 작은 뜰의 관목가지 가지 위를 건너뛰며 전전했다. 긴장한 몸짓이었다. 살피고 경계하는 날갯짓이었다. 둥지에선 새끼들이 더 높고 애절하게 울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