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때 똥 얘기 하지 마> 책 표지.
보리출판사
"동생! 동생! 이러는 거 누구랑 비슷하다. 그렇지?"막내가 다니는 유치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었다. 책 속의 주인공 동만이는 형은 있지만 동생이 없다. 그래서 엄마한테 "동생! 동생!"하며 노래를 부른다. 옆에서 책을 보던 아이들이 피식 피식 웃는다. 자기랑 비슷한 행동을 하는 동만이의 모습을 보니 재미있나 보다. 동생 낳아달라고 엄마·아빠한테 조르는 모습은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우리 집 막내도 그렇고.
보리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책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는 허은순 선생님이 글을 쓰고, 김이조 선생님이 그림을 그렸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열다섯 가지 이야기를 시리즈로 엮어서 책을 냈다. 이 책은 그림책을 보다가 동화책으로 책을 바꿔서 읽는 시기의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보통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즘 글자를 한 참 배우고 있는 막내에게 딱 알맞은 책인 것 같다.
흔히 영어책으로 많이 나온 리더스북과 책의 형태나 모양이 흡사하다. 아이들이 책읽기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책을 만들었다. 먼저 쉽고 고운 우리말을 사용했고, 아이들의 입말과 의성어와 의태어 등을 살려서 책을 만들었다. 또한 리듬과 반복을 살려서 책읽기에 리듬감을 살렸다. 그리고 같은 뜻을 가진 여러 가지 다른 표현들을 사용해서 다양한 표현들을 아이들이 배울 수 있게 했다.
쉽고 고운 우리말 사용... 리듬과 반복되는 입말 살려책을 처음 본 막내는 1권인 <밥 먹을 때 똥 얘기 하지 마>의 표지를 보면서 이상한 듯 물었다.
"엄마, 이게 뭐야? 똥 아니야?""응. 똥 맞아.""그런데 왜 똥을 먹어?""네가 책 제목 읽어 봐." 아이가 더듬더듬 "밥 먹을 때 똥......."하며 책 제목을 읽는다. 책을 읽어 주니, 막내가 웃는다.
내 동생 동만이, 아니 똥만이 동만이는 내 동생이에요.동만이는 요즘 똥밖에 몰라요.
책을 읽어도 똥, 그림을 그려도 똥, 노래를 불러도 똥, 입만 열면 똥, 똥 똥, 똥밖에 모르는 동만, 아니 똥만이.그런데요, 동만이는 왜 밥 먹을 때 꼭 똥이 마려울까요?- 본문 8페이지키득 키득 웃던 아이는 그림을 가리키면서 또 한 마디 한다.
"엄마 동만이가 방귀 뀌나 봐? 형이 코를 막고 있어. 여기 봐봐. 로봇도 코를 막고 있어. 웃기다 그렇지?""어디? 진짜 그러네." 형인 병만은 동만이가 하는 행동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병만은 동생보다 더 심한 행동을 했단다. 병만이는 어릴 적 기저기에 똥을 싸고는 잠자는 아빠 얼굴에 그리고 자기 얼굴에 똥을 덕지덕지 발랐다. 반전이다. 그 그림을 본 아이는 배를 잡고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