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4일 "기존에 있는 불안정 노동부터 개선해야지 지금처럼 느닷없이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려를 밝혔다.
최지용
- 이번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을 요약하면 창조경제 활성화, 근로시간 단축, 시간제 근로 확대, 청년·여성·장년층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총평을 한다면? "기존의 공약 중 '창조경제 활성화'는 사실 아직까지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나머지는 고용률을 7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연간 노동시간 단축, 상용지속적 일자리의 정규직 전환 등의 내용은 기존 보수 정당에서 내놓지 않은 전향적인 정책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다.
다만 의심이 있었던 것은 실현 가능성의 여부다. 고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시간제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 정도가 있었는데, 이것만 갖고는 고용률 70% 실현이 불가능하다. 연간 노동시간 단축의 경우에도 초과 근로를 함부로 못하게 한다는 것 정도만 제시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노동시간을 OECD 수준인 1800시간으로 단축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 고용률 70%가 단지 선언적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지적 같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보다 종합적이고 구체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발표가 숫자 채우기로 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라고 나왔는데, 이건 그동안 공약에는 한 번도 없었던 이야기다. 그동안 좋은 공약들이 제법 있었는데 그건 다 어디로 가고 느닷없이 등장한 시간제만 이야기 하는 건지 모르겠다. 본말이 전도된 게 아닌가 한다."
- 시간제 근로 확대는 선진국에서 상당 부문 도입되고 있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평가도 있다."우리나라의 시간제 일자리는 계속 늘어 2012년 8월 현재 10%를 넘었다. 그럼에도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34개국 중 23등인데 비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택한 비율은 3등이다. 시간제 일자리 대부분이 비자발적이란 이야기다. 이러한 비자발적 시간제 근무는 대부분 임시직일 수밖에 없다. 가장 조악한 형태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사실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상용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한 적이 있다. 문제는 시간제 일자리의 90% 이상이 임시직인데 그런 관행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사전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별 다를 게 없다. 또 마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게 정당하다는 인식을 불러올 수 있다. 시간제 일자리는 아무래도 허드렛일을 하기 십상인데 그러면 또 직업의 하위 층이 생기는 것이다. 원래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공무원을 늘린다고 했는데, 최근에 갑자기 '시간제 공무원'이란 것이 등장했다. 시간제 교사도 마찬가지다. 아직 법률적으로도 검토가 안 됐고, 현재 학교에 이미 정규직 교사와 계약직 기간제 교사가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또 시간제 교사가 들어가면 혼란은 뻔하다."
- 지적한 것처럼 기존의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를 전환시키거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런 점이 없어 보인다. "시간제 일자리와 풀타임 일자리의 사이에 '전환청구권'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 풀타임 정규직이 따로 있다고 보는 게 아니라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전환하는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 여성이 애를 낳고, 키우다 보면 업무 부담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때 일정 기한 동안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했다가 아이가 좀 커 업무 부담이 줄면 다시 풀타임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왕 시간제 공무원을 통해 모범을 보이겠다면 있는 현재 좋은 일자리를 쪼개 하위층을 만들 게 아니라, 현재 대부분 시간제 일자리인 사회복지 일자리를 공공 부문이 끌어안아 지금보다 더 나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는 이런 분야들이 민간에 그냥 맡겨져 다 임시직,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기존에 있는 불안정 노동부터 개선해야지 지금처럼 느닷없이 시간제 공무원을 만드는 건 맞지 않다."
- 고용률 70%를 위해선 시행되는 일자리 창출 가운데 공공 분야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민간에서 받쳐주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로 보인다. 민간이 나설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세제혜택이나 지원금 지급 정도를 얘기 하는데 이것만으로 가능할까."아주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마 사기업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 대부분이 형편없는 일자리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한국의 상황엔 맞지 않다. 예를 들어 현재 고용률이 떨어지는 계층은 여성이다. 그 중에도 고학력 여성이다. 저학력 여성은 OECD 평균과 거의 비슷한데 고학력 여성의 경우엔 OECD 평균보다 낮다. 이는 우리나라가 출산·육아로 노동시장에서 빠져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시간제 일자리를 늘린다고 해서 극복될 문제가 아니다. 고학력 여성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시간제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보다 주부로 사는 것을 택한다. 고학력 여성과 마찬가지로 청년 고용률도 똑같은 사례다. 그들의 기대에 상응하는 일자리 만들어져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노동시장유연화 확대를 위한 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