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9월 5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100% 국민행복 실천본부의 '총선 공약 법안실천 국민보고'에 참석해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이주영 대선기획단장과 함께 공약이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유성호
그 가운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 바로 시간제 일자리 확대다. 선진국에서 이미 확대했으니 이를 우리 경제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는 설득력이 있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가장 중요시 돼야 하는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공약에서도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존에 사회의 공감을 얻던 정책을 중심으로 일자리 확대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던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시간제 일자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시간제 일자리가 본격적으로 언론을 타고 나온 것은 지난달 말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일자리와 충돌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시간제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시작이다. 그 전까지는 정부차원에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특별한 언급조차 없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시간제 일자리는 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신속하게 진행됐던 노사정 협의 테이블의 진행과 동시에 이뤄졌다. 결국 정부는 공공분야에서만 92만 개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라고 설명하지만 노동계는 오히려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며 우려한다. 그 과정이 어떤 개연성도 없이 급하게 진행됐고,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제가 정반대의 형태로 악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 발표 이후 낸 성명에서 "악용 소지가 다분한 시간제 일자리를 추진하는 것은 고용률 70%라는 수치 달성에만 목표를 둔 채 '나쁜 일자리'가 양산돼도 상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저임금·고용불안 문제가 계속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로드맵에는 이를 타개할 현실적인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에 불안전한 고용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설령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시간제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진급이나 근무형태 전환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시간제(파트타임)에서 풀타임 근무로 전환하거나 그 반대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시간제 교사도 이미 정규직 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시간제 교사가 생겨나면 그 역할과 지위에 혼란이 일 것은 안 봐도 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도 시간제 일자리만을 지나치게 늘리려는 시도가 전체적인 일자리 질의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정부의 로드맵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에서 "현재 차별을 받는 시간제 노동자들과 학교비정규직 등에 대한 해결책 없이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현실에 반영되기에는 미흡하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역시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등 현안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간제 일자리는 임시직, 관행부터 바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