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거위벌레밤나무나 신갈나무 잎에 알을 낳고 말아서 요람을 만든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잎을 먹고 다자라면 땅 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된다.
서광석
자연생태체험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을 보면 정적인 식물보다는 동물, 특히 벌레에 대한 관심이 많다. 독특한 생김새와 움직임에 모두 시선을 집중하고 때로 만지고 장난도 치며 즐거워한다. 기거나 날아다니는 작은 동물들을 흔히 벌레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고 욕하는 벌레, 그 중에서도 곤충이야기를 해보자.
'벌레'라고 불리는 많은 동물들 중에서 곤충은 좀 다르다. 곤충은 머리, 가슴, 배, 이렇게 3마디로 되어 있다. 가슴에 좌우로 다리가 3쌍 있는데, 이런 동물은 곤충밖에 없다. 새는 날개가 1쌍이지만, 곤충은 2쌍이다. 많은 사람들이 곤충이라고 알고 있는 거미는 사실 곤충이 아니다. 거미, 전갈, 진드기 등의 거미류는 다리가 4쌍이고 머리와 가슴이 구분되지도 않는다.
처음 하늘을 난 생명체...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동물지구에서 처음으로 하늘을 난 생명체가 바로 곤충이다. 지금부터 3억 5천만년 전, 새와 익룡도 없던 고생대 석탄기에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생명체가 곤충뿐이었다.
곤충과 새는 나는 방법이 다르다. 새의 날개는 위쪽은 볼록하고 아래쪽은 오목하다. 날개 위아래로 흐르는 공기의 압력 차이(양력)를 이용해서 난다. 그래서 높이 날아오르면 공기 흐름을 이용해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도 날 수 있다. 한편 곤충 날개는 위아래가 평평해서 양력을 이용해 날 수 없다. 그러니 쉼없이 파닥거리며 날갯짓을 해야한다. 그렇지만 좁은 공간에서 갑자기 날아오를 수 있고 급히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멀리 날기에는 새들이 유리하고, 좁은 공간에서 자유자재로 날기에는 곤충이 유리한 셈이다.
곤충은 지구별에 사는 모든 동물 가운데 5분의 4를 차지할 만큼 종류가 많다. 지구의 진정한 주인인 셈이다. 이렇게 번성한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몸집이 작아 아주 좁은 곳에서 살 수 있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둘째, 날개가 있어서 쉽게 도망갈 수도 있고,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날아 갈 수 있다. 셋째, 외골격이 단단해서 몸속의 작고 연약한 기관을 보호한다. 넷째, 환경에 잘 적응하고 못 먹는 게 없다. 썩은 것을 먹기도 하고, 초식과 육식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 다섯째, 탈바꿈을 하면서 자연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먹을거리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들 덕분에 변화무쌍한 자연에 끊임없이 적응하면서 진화한 것이다.
곤충의 일생 : 거듭나는 삶곤충들은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성체)로 탈바꿈을 한다. 짝짓기 한 암컷은 애벌레 먹이가 있는 곳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깬 애벌레들이 바로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엄마의 깊은 사랑이 진화한 것이다. 거위벌레는 식물 잎에 알을 낳은 다음 잎을 돌돌 말아 알집을 만든다. 또 많은 벌들은 알집을 만들어 지키며 새끼를 돌본다. 심지어 물자라는 수컷 등에 알을 낳아 붙이고, 수컷이 지고 다니며 알이 깰 때까지 돌본다. 이렇듯 정성껏 알을 키우는 사례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