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비록 가진 것 없어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김민수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무엇 때문에 행복했던 것일까요?
지금은 그보다 훨씬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불행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요? 단순히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비교하며 살아가지 않음에도 사회구조가 우리의 삶을 뒤흔들기 때문일까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경쟁에서 밀려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경쟁사회, 한번 무너지면 다시 재개할 수 없는 사회, 무한의 개인책임을 강요하는 사회, 행복하지 못한 이유조차도 개인의 문제로 귀결되는 사회가 문제가 아닐까요?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그때도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없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가 행복했다고 여겨지는 것은 추억하는 시간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래도 어느 정도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나름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뭔가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었던 시절이었고, 안하무인이거나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이 감히 고개를 들고 '나입네!' 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 가진 자들의 횡포가 정의가 된 세상, 그것이 어쩌면 불행하다 느껴지는 근본적인 원인일 것입니다.
이런 세상에서도 때가 되니 보리는 익어갑니다. 그냥 묵묵히 세태의 변화에도 자기의 삶을 피워내는 보리, 그렇게 피워낸 삶을 기꺼이 봉양하여 다른 생명을 살리는 보리, 그들의 무심함 속에 행복의 진수가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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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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