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오피스텔 앞, 경찰관이 벨을 누르며 문을 열어 협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권우성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 사건이 터진 것은 지난 2012년 12월 11일. 민주통합당에서 "국정원 직원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S오피스텔에서 불법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신고한 것이 발단이었다. 같은 날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현장을 방문해 나중에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된 김씨와 대치하기도 했다.
다음 날(12월 12일) 민주통합당에서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자 12월 13일부터 경찰의 공식수사가 시작됐다. 수서경찰서는 김씨의 범죄수사 개시를 국정원에 통보했고, 김씨도 노트북 1대와 데스크톱 컴퓨터 1대를 증거물로 제출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디지털 증거분석팀에 디지털 증거분석을 맡겼다.
그런데 증거로 제출된 김씨의 노트북에는 보안이 설정돼 있었다. 12월 14일 경찰은 국정원으로부터 협조받아 노트북의 보안을 해제했다. 이후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7시 20분부터 김씨의 노트북과 데스크톱 컴퓨터를 대상으로 디지털 증거분석작업을 벌였다. 여기에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근무하는 전문증거분석관 10명이 투입됐다.
그런데 최초의 문제가 '키워드 검색'에서 일어났다. 디지털 증거분석작업에서 키워드 검색은 매우 중요하다. 키워드 검색은 증거분석 범위와 직결되기 때문에 검색의 범위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애초 수서경찰서는 1차 78개, 2차 20여개 등 총 100여개의 키워드 검색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의뢰했다(12월 14일). 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은 '신속한 수사'를 이유로 키워드 검색을 '박근혜, 문재인,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등 4개로 줄였다(12월 16일). 명백한 축소·은폐수사의 출발이었다.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 사건 경찰수사에서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경찰에서는 이 시기에 키워드 검색을 4개로 줄여 디지털 증거분석작업을 벌였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이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3차 TV토론회가 예정된 12월 16일, 경찰수사는 아주 긴박하게 흘러갔다. '키워드 검색을 100여 개로 해 달라'는 수서경찰서의 요구를 묵살하고 키워드 축소(4개)를 관철한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9시 15분 디지털 증거분석작업을 마쳤다. 수서경찰서는 오후 10시 30분 그 분석 결과를 건네받았다.
이로부터 30분 뒤인 오후 11시 수서경찰서는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은 없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애초 경찰에서는 "김씨 컴퓨터를 분석하는데 1주일 정도 걸릴 것이다"라고 밝혔지만, 김씨가 경찰에 노트북과 데스크톱 컴퓨터를 제출한 지 사흘 만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40여분 뒤에는 국정원의 반박자료도 나왔다.
수서경찰서가 처음으로 '키워드 검색 관련 수사협조'를 서울지방경찰청에 의뢰한 것은 지난 12월 14일이었다. 당시 수서경찰서는 78개 키워드 검색을 요청한 데 이어 20여개를 추가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추적하기 위한 요구였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4개의 키워드 검색을 요구했고, 수서경찰서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 12월 16일 기존의 '키워드 검색 관련 수사협조 의뢰' 공문을 수정해 서울지방경찰청에 보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렇게 축소된 키워드 검색으로 디지털 증거분석작업을 벌였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관련 댓글 흔적은 없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수서경찰서에서 키워드 검색을 처음으로 요구했던 지난 12월 14일부터 키워드 검색을 4개로 축소한 지난 12월 16일까지 '어떤 일'이 있었느냐다.
'실세' 김용판 서울청장이 경찰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