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손승원
이소연
배우 손승원(23)은 '신인 같지 않은 신인'이다. 그는 2009년 뮤지컬 <스프링어웨이크닝>으로 데뷔했다.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뮤지컬 <쓰릴 미>를 시작으로 여러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다.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트레이스유>에서는 매력적인 로커로 주목받았다. 그는 출중한 외모와 독특한 캐릭터로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배우 손승원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그가 뮤지컬 <헤드윅>에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은 큰 화제가 됐다. 배우 손승원은 "캐스팅 발표 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올랐다. 캐스팅 발표 날 조승우 형보다 더 많이 주목받았다"고 밝혔다.
'헤드윅'은 진한 슬픔을 안고 있는 트랜스젠더 캐릭터다. '헤드윅'의 설정 나이는 배우 손승원의 나이보다 훨씬 많다. 배우 손승원은 앳된 얼굴에 모성애를 자극하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그런 그가 어떻게 '헤드윅' 역을 맡게 됐을까. 23일 오전, 많은 질문을 안고 뮤지컬 <헤드윅>의 연습실을 찾았다. 배우 손승원은 조심스럽게 연습실에 들어서 차분히 인사를 건넸다. 그는 "어젯밤 늦게까지 연습했다"며 조곤조곤 말을 이어나갔다.
"'헤드윅' 역 제안... 처음에는 장난전화인 줄 알았다"- 캐스팅 발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캐스팅이 됐는지 궁금하다. "뮤지컬 <헤드윅> 관계자가 뮤지컬 <트레이스유>를 보고 연락해왔다. 깜짝 놀랐다. 내 나이에 '헤드윅' 역의 제안이 들어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장난전화인 줄 알았다. 캐스팅 연락을 받고서는 단번에 승낙하지 못했다.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4일 정도 고민하다 기획사 측에 답을 줬다."
- 나흘 동안 어떤 고민을 했나."뮤지컬 <헤드윅>은 기존 팬층이 두터운 작품이다. '모 아니면 도'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 작품의 무대에 두 번이나 섰던 선배들과 같이 무대에 서야 한다. 비교만 당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주변의 선배들과 연출님들께 조언을 구했더니 열에 아홉은 하라고 했다. 도망가지 말고 부딪쳐보라고 용기를 줬다."
- 막상 캐스팅을 수락하고 나니 어떤 마음이 들던가?"캐스팅 발표 난 날, 전화가 정말 많이 왔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전화를 하루에 받아본 적이 없다.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라갔다. 그만큼 큰 작품이라는 것이 와닿았다. 이를 체감하고 나니 오히려 각오와 오기가 생겼다.
연습에 들어오기 전에는 지레 겁먹고 있었다. 주변에서 '넌 큰일 났다. 총알받이가 될 것이다. 형들을 혼낼 수는 없으니 네가 다 혼날 것이 당연하다. 연출님 무섭다고 소문이 자자하다'고 겁을 줬다. 막상 만났는데 전혀 달랐다. 정말 편하게 작업하고 있다. 형들은 학연으로 얽힌 관계다. 승우 형(조승우)은 고등학교 선배, 창의 형(송창의)은 대학교 선배라 인연이 깊다. 작품이 재미있어서 더 즐겁다."
- 자신이 캐스팅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뮤지컬 <트레이스유>에서 맡은 역이 로커였던 만큼 관객과 소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 두 가지 부분에서 뮤지컬 <트레이스 유>는 뮤지컬 <헤드윅>과 비슷한 면을 갖고 있다. 뮤지컬 <트레이스유>의 무대에 선 나를 보고 가능성을 찾았을 것이다. 뮤지컬 <헤드윅> 측에서 이미 신인을 뽑을 계획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내가 운 좋게 캐스팅이 됐다. 나로서도 뮤지컬 <트레이스유> 무대에 선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만일 뮤지컬 <트레이스유>를 하지 않았다면 '헤드윅' 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 같은 역의 배우 조승우, 송창의는 경력도 경력이지만 뮤지컬 <헤드윅>이 벌써 세 번째인 배우들이다. 선배 배우들과 어떻게 차별화를 두려고 하나?"승우, 창의 형은 당장 무대에 올라가도 충분할 만큼 노련하다. 형들과는 다른 색깔의 콘셉트를 찾아야 관객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많이 고민하고 있다. '헤드윅'은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친 캐릭터다. 겉모습부터 어린 내가 그런 아픔을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내가 '헤드윅' 분장을 하면 누가 봐도 어린애가 여장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 모습으로 깊은 연기를 하려 들면 거부감을 일으킬 것 같다. 오히려 나의 어린 면을 부각하려 한다."
"트랜스젠더 흉내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