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 제2의 '셀프 탄핵' 준비하는가

[주장] 폐업 결정이 내려진 진주의료원 사태를 보면서

등록 2013.05.30 18:17수정 2013.05.3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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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에 지진,쓰나미 ,핵발전소 사고로 쓰러져 가던 일본을 일으켜 세우기위해 아베수상이 벌리고 있는 군국주의부활 쇼는 오래가지 못 할것이다 이차대전후 독일의 부활과정과 너무다른 최근 일본의 행태를 보면서 일본의 몰락도 머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5월 24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아무리 트위터에 쓰는 글이라지만 차마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난잡한 글이다. 띄어쓰기며 문장 부호 표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맞춤법은 고려해야 하지 않나. 아베 수상은 도대체 군국주의 부활 쇼를 어떻게 '벌리고 있'을까. '쇼'는 '쇼'이지 '팔'이 아닌데 말이다.

트위터 글에 대한 첨삭 교정은 이쯤에서 멈추자. 이 글 속에 담겨 있는 화제의 주인공은 '홍 지사의 거짓말'이니까 말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남도는 이미 48일 전에 진주의료원 이사회를 열어 폐업을 의결했다. 하지만 경남도는 실제 폐업 사실을 발표한 지난 29일까지 이 사실을 숨긴 채 "이사회를 아직 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여기에 덧붙여 홍 지사는 폐업 결정 뒤에도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답시고 노사간 대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정말 대단한 꼼수다.

대한민국의 도지사는 선출직 공무원으로, 지방의 최고 수령에 해당한다. 중앙의 다른 어떤 관직보다 더 세심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다. 그런데도 홍 지사는 앞에서는 대화하고 갈등을 해결하려는 체하면서, 뒤에서는 대화 상대를 철저하게 무시하며 자기 뜻대로 상황을 이끌었다. 이건 정치인이 아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기막힌 게 있다. 도정의 최고 책임자인 그의 말에서 진정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홍 지사는, 비밀리에 폐업을 결정한 뒤에 노조와의 대화를 약속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진주의료원 노동조합원이 경남도청 별관 옥상 위 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였기 때문에 이들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노조와 대화를 시도해보라고 했다."

도지사가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조원들의 건강까지 염려하니 그 얼마나 '인간적'인가. 하지만 이렇게 '인간적인' 도지사님의 건강 염려증 덕분에 대화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노조원들은 지금 '멘붕' 상태에서 살인과도 같은 해고 통지서를 받아들었다.


사실 진주의료원 사태를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이끌고 갈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폐업 결정을 미룬다고 해서 진주의료원이 당장 무너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여야와 시민 사회계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홍 지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법을 찾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많은 이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진주의료원 문제는 공공의료 정책의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아닌가.

그러므로 홍 지사는 물론이고 여야·시민사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진주의료원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함께 모색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역거점 공공병원 육성과 공공의료 확충 약속을 여러 차례 했으니 진주의료원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주의료원 문제는 지방 사무라 어쩔 수 없다는 '원조 친박'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 또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홍 지사는 왜 이렇게 어깃장을 부리는 걸까. 고도의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할 진주의료원 문제를 홍 지사가 이렇게 무리하게 이끌고 가는 이유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마침 일부 언론에서는 홍 지사가 강단 있는 보수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형성해 '다음'을 노리기 위한 술수로 분석하고 있다. 일리 있는 설명이다. 때 맞춰서 그림이 그렇게 그려지고 있다.

가령 박근혜 대통령이 예의 의료 공공성과 관련한 자신의 약속을 충실히 지킨다면, 홍 지사는 현직 대통령에 맞서는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 있다. 내년 2014년에는 지방선거도 예정돼 있다. 그 선거에서 범여권이 승리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한 패가 돼 홍 지사와 맞서는 식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연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내가 보기에 홍 지사는 아주 전형적인 이미지 정치인이다. 대중적인 이미지 정치인은 자신의 이미지가 좋거나 나쁜 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이미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이미지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자신의 존재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존재 자체가 잊혀지지 않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는 연예인들을 떠올려 보라.

홍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나 '홍 반장' '딸랑 준표' '홍그리버드' '사실상 ○○○' 등과 같이 많은 애칭이나 유행어를 가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모래시계 검사'나 '홍 반장'처럼 서민들의 시선을 끌 만한 표현도 있지만, '사실상 ○○○'처럼 냉소와 조롱 속에서 만들어진 말도 있다. 그 무엇이 되었건 이것들은 홍 지사를 다른 여느 정치인과 확실하게 구별짓는 요소들이다. 홍 지사 특유의 저돌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면서 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하는 것들로서 말이다.

물론 그를 이렇게 이끄는 더 확실한 이유가 있다. 바로 그들 자신이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을'이면서도, 다른 수많은 '을'의 가슴에 못을 막는 정책을 거리낌 없이 추진하는 홍 지사 같은 '슈퍼 갑'들을 변함 없이 지지해 주는 경상도 유권자들이다. 홍 지사의 재선 기획, 나아가 대선 플랜에 '충성스러운' 경상도 유권자들 더 확실한 보증 수표는 없다. 그래서 나는 글머리에 소개한 홍 지사의 트위터 글을 다음처럼 돌려 주고 싶다.

"한결같이 순응적인 도민들에 특징 없는 정책, 지극히 일상적인 도정으로 그 존재감이 미미해지면서 퇴색되어 가던 자신의 이미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벌이고 있는 보수 강성 정치인 만들기 쇼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 투표 후 '셀프 탄핵'에 의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몰락해 간 과정과 너무나 똑같은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행태를 보면서 홍 지사의 몰락도 머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진주의료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셀프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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