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남북 당국간 회담만 고집하지 마라

등록 2013.05.30 11:44수정 2013.05.3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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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남북 평화 공존과 평화통일에 대해 총체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남북이 분단 반세기를 훨씬 넘기면서 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인 원인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가 남북문제에 대해 어느 부분만을 잘라서 논리를 전개하거나 어느 한 곳에 매몰되어서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통일부의 시각은 국방부나 외교부 등의 그것을 포괄하면서 단기적인 것과 함께 중장기적인 것도 동시에 고려하는 깊고 넓은 통찰력이 필요하다.

 

개성공단이 가동중단 사태를 맞은 지 두 달 가까이 돼 가고 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공단의 공장 기계들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재가동에 엄청난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등 기업인들의 고통이 가중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9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선 북한으로부터 재발 방지 확약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30일 방북 불허 방침을 밝혔다.

 

류 장관은 남북 당국간 회담을 북한이 수락하지 않으면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개성공단 문제가 장기간에 걸친 남북간 공방 속에 진행되고 있어 류 장관의 주장이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상황을 전체적으로 살피면 그렇지도 않다. 우선 남북이 의사교환을 하거나 대응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미디어를 통한 방식이다.

 

남북은 소통할 공식적인 통신수단이 단절된 상태지만 각각 미디어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상대방에 대응을 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한 국가간 소통 방식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런 점을 류 장관은 고려해야 한다. 류 장과나 주장처럼 당국간 실무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지만 1970년대 말 중국의 덩샤오핑이 제시한 흑묘백묘(黑猫白猫) 논리도 주목해야 한다.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논리를 앞세워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성공으로 이끌지 않았는가.

 

개성공단은 금강산 관광 중단, 천안함 사고에도 불구하고 건재하다가 이번에 가동이 잠정 중단되었다. 그 발단은 남측 국방부 장관이 '개성공단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하겠다'는 발언이 미디어 전파를 타면서 시작된 것은 인정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북의 군사기지를 걷어내고 만든 남북 평화 공존의 상징으로 북의 입장에서 보면 군사적인 취약지구다.

 

남측의 국방장관이 개성공단에서 인질구출 작전을 하겠다고 공개 발언을 한 것은 북을 심각하게 자극하는 발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개성 공단 사태에 영향을 미친 군사적 요인은 완전 배제한 채 공단의 공장과 남측 인원 등만으로 시선을 좁혀서 '이번에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식으로 열을 올리면 곤란하다.

 

이번 사태의 가장 가까운 원인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국제적 제재라 할 수 있다. 남측은 북의 위성 발사 직후 그 발사체를 서해에서 수거해 분석했는데 일각에서는 그 발사체가 탄도미사일 발사용으로 전용되기 어렵다는 견해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부 장관은 이런 점을 깊이 살펴야 한다.

 

한미 두 나라가 최첨단 무기를 다수 동원하면서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상황은 북의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군사적 위협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지피지기의 교훈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통일부 장관은 군사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국방부 장관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또한 미국등과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을 가하는 외교부와도 동일해선 안 된다. 통일부 나름의 독자적인, 포괄적인 시각으로 현상에 접근해야 한다.

 

개성공단에 함축된 남북 경제공동체의 추진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김문수 경기 지사가 ▲개성공단의 황해도 전역 확대 등 제2개성공단 추진  ▲남북한 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한 물자의 자유로운 수입 및 북한 주민의 취업 목적 체류 허용  ▲남북한 공동 시장(common market) 추진 등을 '남북 경제 공동체 추진' 방안 등을 제시한 것에서 확인된다.

 

김 지사는 남측 경제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중장기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이런 구상을 제시했다. OECD의 지적처럼 한국의 경우 수출이 GDP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과 같은 구조 개선을 하지 않고 우리의 2세에게 '경제적 번영'을 물려 줄 수 없다는 점을 김 지사가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측에 외국 자본 투자 등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안보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남북이 평화 공존을 하면서 전쟁 위험이 없다는 점을 지구촌에 널리 알리는 것이 남측 경제를 위해 긴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의 이치가 다 그렇듯이 만들어 놓은 것을 부수는 것은 쉽다. 그런 점을 깊이 살펴 남북이 분단 대립 수 십년 만에 만들어 놓고 세계가 박수갈채를 보낸 개성공단이 정상 가동되는 방안에 현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 그런 노력의 선두에 통일부 장관이 나서야 한다. 북한의 체제적 특성 등에 대해 고려치 않고 남측의 일방적 논리만을 고집하는 태도는 군사적 대립관계가 장기간 고착된 한반도에서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통일부 장관은 군사, 외교, 경제 등 모든 것을 종합하면서도 독자적인 추진력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2013.05.30 11:44ⓒ 2013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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