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가 방사능 물질 유출 사고를 가정해 실시한 방사능방재훈련 모습.
한수원
"불철주야 작업해 4개월 안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
원전 안전 불감증이 또다시 '전력 대란'을 자초했지만 정부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신뢰가 생명인 시험검증기관이 '불량 부품'을 안전하다고 시험검증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전력 대란'을 앞세워 원전 조기 가동에만 급급한 것이다.
원안위는 5~6개월, 산업부-한수원 4개월... 재가동에 급급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28일 "원자로 3기가 추가 정지돼 올 여름 유례없는 전력 대란이 우려된다"며 전력수급 비상체계를 가동했다. 이날 오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에 시험 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케이블'이 사용됐다며 원자로 가동을 정지하고 부품을 교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가동이 추가 정지돼 전국 원전 23기 가운데 가동 중단되는 원전은 10기로 늘어났다. 현재 신고리 1호기는 계획예방정비로 가동이 정지된 상태고 신월성 2호기도 운영허가 심사 중이다.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역시 오는 31일과 다음 달 12일부터 예방정비를 앞두고 있었다.
계획예방정비 기간은 일정 기간 원자로 가동을 멈추고 핵심 부품을 점검·교체하는 시기로, 보통 18개월 가동하면 30일 정도 정지한다. 애초 일정대로라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7, 8월경에 충분히 가동할 수 있었던 원자로 3기가 멈추게 되는 것이다.
당장 원전 재가동 시점을 놓고 '안전'을 책임진 원안위와 '전력 수급'을 책임진 산업부의 전망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애초 이은철 원안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브리핑에서 "(교체 부품) 성능 만족 여부 확인까지 두 달 정도 걸리고 원전에 설치된 것에 대한 안전성 확인도 필요해 적어도 5~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진현 산업부 제2차관은 이날 오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기 교체 소요 기간은 규제기관의 안전 확인 기간 등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지만 4개월 내외가 소요될 전망"했다.
원전 운영을 책임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김균철 사장은 "각 원전에 사람을 최대한 투입해서 공사 기한을 단축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우리들 보기에는 약 4개월 안에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불철주야 작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산업부와 한수원이 이처럼 재가동을 서두르는 건 올 여름 이처럼 '전력 대란' 때문이다. 한진현 차관은 "부품 교체기간 동안 3개 원전이 정지돼 당장 6월부터 공급 차질로 수급 비상 상황이 발령될 가능성이 높고 8월에는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애초 8000만kW로 예상했던 공급 능력이 7700만kW 내외로 줄어드는 반면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7900만kW로 예상돼 200만kW 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산업부는 당장 이날부터 9월 말까지를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전력수급 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해 전력수급 비상체계를 가동했다.
'불량 케이블'은 빙산의 일각? 원전 추가 정지 배제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