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끓는 선지해장국
임동현
어느덧 저는 그 해장국 속 덩어리가 소의 피로 만든 '선지'라는 것을 알게 됐고, 선지와 우거지를 넣고 끓인 국을 '선지해장국'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해장국 하면 술 한잔 마시고, 혹은 술 한잔 마시면서 먹는 국으로 인식되지만 제게 선지해장국은 엄마가 종종 큰 냄비에 담아오시던, 가족이 같이 먹던 맛있는 국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꼬마애가 멀국까지 다 비웠네"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을 앞두고 저는 천식에 걸렸습니다. 그 때문에 이틀 동안 학교를 못 가고 집에만 있어야 했죠. 기침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무렵, 엄마가 잠깐 밖에 같이 나가자며 제 손을 이끌었습니다. 데리고 간 곳은 동네에 있는 해장국집이었습니다.
점심 때가 지났는지, 점심 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식당 안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주인 아줌마와 다른 아줌마가 안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죠. 엄마와 제 앞에 선지해장국이 놓여졌고 전 집에서 먹는 것처럼 해장국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