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바드리 마을 입구 89번 송전탑 현장. 굴삭기 아래 땡볕에서 공사를 막고 있는 단장면 주민들.
이응인
천막이라도 치지 그러냐고 물으니, 한전 직원들이 위에서 매 시간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그래도 이 더위에 너무한다 싶었다. 안동서 온 아가씨들은 직장에 다닌다고 한다. 송전탑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는데 희망버스가 간다고 해서 자기들도 함께 했단다. 엊저녁에 왔는데, 오늘 돌아가야 한단다. 시집 온 지 이십육 년 되었다는 젊은 아주머니에게 뭐가 제일 마음 아프냐고 물었다.
"칠팔십 노인을 개처럼 질질 끌어내고 함부로 대하는 게 너무 ……"끝내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고 있는데 JTBC에서 취재를 왔다고 카메라를 맨 이들이 내려왔다.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다 취재를 허락한 모양이다.
길 위쪽이 88번 현장이라고 해서, 그곳에도 잠시 들러 보기로 했다. 서어나무 숲이 우거진 산길을 타고 오르니 나무가 잘려나간 능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잘려나간 나무들이 나뒹구는 한가운데 굴삭기가 버티고 있고, 굴삭기 뒤로 주민들 모습이 언뜻 비쳤다. 도시락을 싸와 점심을 먹는 중이었다. 굴삭기 옆에는 쇠로 된 구조물이 쌓여 있고, 거기 끈을 매달아 겨우 볕을 가리고 있었다. 이곳에도 희망버스 소식을 듣고 온 사십 대나 되어 보이는 남자 셋에, 여자 한 분이 함께하고 있었다. 점심을 얻어먹고 주민들의 사정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