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노자와 공자의 대화 ⓒ 이안수
어제(5월 25일), 부인께서 6살 아들과 함께 헤이리 나들이를 오셨습니다.
낮 시간 동안에는 헤이리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말을 섞을 수 있는 짬이 허락되었습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10년째 미술학원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학원생의 대부분은 취학하기 1년 전쯤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아동이라고 했습니다.
-4, 5, 6 학년이나 중학생은 없나요?
"네, 6살에서 10살 정도까지입니다."
-왜 그런 거죠? 4학년부터는 미술교육을 받지않아도 된다는 겁니까?
"아이들이 바빠지는 거지요. 그러니까 미술학원 올 틈이 없어지는 겁니다."
-무슨 일로 그렇게 바빠지는 거지요?
"영어학원, 수학학원, 논술학원 등 성적에 직접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학원에 다녀야하거든요."
-예전에는 피아노학원과 미술학원 그리고 태권도 학원이 전부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닙니다. 어린이요리학원, 어린이요리영어학원, 스포츠댄스학원, 영어유치원 등 피아노와 미술학원 외에도 가야할 곳이 많습니다."
-어린이가 벌써 요리를 배워요?
"네, 키즈쿠킹클래스도 많아요."
미술학원 원장님의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 어린이들이 쉴 겨를 없이 바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 나이에 이렇듯 아이들을 여러 학원에 보내는 것이 옳은 일인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원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을 만나서 흙을 만지면서 노는 것입니다. 친구와 함께 노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학습효과는 측정되어질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유산소 운동, 우정, 타협, 양보, 인내, 언어발달, 공동체 정신……. 계량화 될 수 없는 그 많은 효과들을 내버리고 학원에 보내져서 특정한 기능만을 조기에 훈련받는 것은 어린이에게도 학부모에게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선행학습은 오히려 부작용을 동반하기 쉽니다. 예컨대 너무 이른 시기에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면 주변의 상황을 오감으로 파악하는 재능을 포기하고 오직 글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만 의존하게 할 수 있습니다. 자녀에게 1년 먼저 한글을 가르친 부모는 아이의 자유를 박탈하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아이의 더 많은 지각발달을 가로막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지요.
또한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자체가 그렇지 않은 이웃 부모들에게 조급함을 유발하고 , 취학전에 먼저 글자와 셈법을 익히게 한 것은 또래의 정상적인 수업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어린 자식에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은 여러 학원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흙을 만지면서 놀게 하는 것이고, 친구를 사귀고 때로는 싸우고 스스로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중국 허난성의 녹읍(鹿邑)은 중국 고대 사상가이자 도가(道家)의 시조인 노자(老子)의 고향입니다. 이 도시에는 노자와 관련한 유산이 많습니다. 노자가 신선이 되기 위해 수행했다는 승선대가 있는 명도궁(明道宮)에는 노자와 공자가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석상이 있습니다.
도가(道家)의 창시자인 노자와 유학의 창시자인 공자는 같은 시기에 살았다고 전해지지만 노자의 생몰연대에 관한 기록은 없습니다. '장자'에는 공자가 51세 때 녹읍의 노자를 찾아와서 인의(仁義)에 관한 대화를 한 내용이 있습니다.
"고니는 목욕을 하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그을지 않아도 검습니다.(夫, 鵠不日浴而白 烏不日黔而黑 부, 곡불일욕이백 오불일검이흑)"
대화라기보다 노자의 공자 비판입니다.
학원원장님과 학원천국의 대한민국을 얘기하는 중에 노자의 이 말이 생각난 것은 노자 옆에 공자대신 오늘날의 학부형을 앉혔다 해도 아마 같은 말씀을 하셨을 겁니다.
"고니는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검습니다. 그러니 제발 스스로 희어지고 스스로 검어질 수 있도록 목욕시키는 일과 염색하는 일을 중단하고 아이답게 내버려두세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