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우체국. 안전을 위해 1000만원 이상 고액인출자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했기 때문에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신광태
"할머니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는 거예요. 왜 아니겠어요. 경찰에 신고하면 아들이 죽는다는데..."조 팀장은 할머니를 설득했다. 그리고 아들의 전화번호를 물어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를 수차례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내 아들 살려야 한다"면서 돈을 찾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때 겨우 아들과 통화가 이루어졌다.
"너 납치되었다더니 괜찮니?""무슨 납치요. 나 지금 알바하고 있어서 길게 통화 못해요. 저녁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할머니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하마터면 돈을 잃을 뻔 했다는 안도도 아니고, 경찰에 대한 고마움도 아니었다. 그냥 아들이 무사히 살아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보이스피싱 대처, 조재형 팀장에게 물었다시골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조재형 팀장에게 간단한 인터뷰를 요청했다.
-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처로 인해 할머니의 피해를 막았다. 신고 접수 시 어떻게 대응하라는 매뉴얼이 있나?"상황에 따른 여러 가지 매뉴얼이 있지만 (출금 정지요청은 금융기관이 많은)시 단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금융기관이 많지 않은 시골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즉흥적 판단이었다."
- 할머니에게 1000만 원을 요구한 범인은 누구인지 확인이 되었는지 궁금하다."쉽지 않다. 할머니의 전화통화 시간이 길어지고, 시간이 지체된다고 판단한 범인이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령 했다고 해도 발신자 미 표시로 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조그마한 단서라도 찾아서 범인 색출에 최선을 다 할 계획이다."
- 이 상황을 신고한 왕정애씨의 침착한 대처도 이번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사건 해결 후 화천경찰서장(김동락)에게 SNS를 통해 보고했다. 그랬더니 바로 감사장과 포상금을 준비하라고 해 월요일에 왕정애씨를 경찰서로 초청해 서장이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 (경찰은 계급사회인데)내 상식으로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장에게 SNS로 보고하나?"문서를 만들어 보고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것이 서장의 생각이다. 따라서 사건사고 발생 전파나 처리결과를 SNS를 통해 서장을 비롯한 대원들에게 먼저 알리고 정식문서 보고는 후에 한다."
- 시골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금융기관 방문 시 (큰 액수의 돈일 경우)무조건 내주지 않도록 하는 것도 보이스피싱을 줄이는 방법이란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배웠다."그렇다. 노인들이 당황해 하면서 인출을 요청한다거나 큰돈을 찾을 경우에는 금융기관 직원들은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고 미심쩍으면 차를 한 잔 대접한다든지, 잠시 시간을 끌면서 지구대로 연락을 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란 생각도 든다."
- 순박한 시골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사기가 계속 발생하는 것 같다.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 좀 소개해 달라."최근 개인정보 유출로 가족 휴대폰 또는 발신번호 미 표시로 자식들 목소리까지 들려주며 사기를 치는 이들에게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전국적으로 빈번하다. (그런 상황을 접하면)부모들은 사기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식의 목소리로 착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 서둘러 돈을 송금하게 된다. 혹 전화를 받거나 하면, '그런 경우 무조건 사기다'라고 생각하고 지체 없이 112에 신고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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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막은 주민과 경찰...첩보영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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