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거석프로젝트수목원 측은 이 기암괴석의 숲에 암석원이란 이름을 우선 달아주고 탐방로와 전망대를 만들었다.
강상헌
화순 고창 등에서 발견된 채석장(採石場)이나 조개무덤 같은 물증이 없는 점, 다른 지역과는 달리 암석원이 비교적 높고 험한 지형인 점도 이들이 쉽게 '결심'을 못 하게 하는 요인, 이런 생각이나 관점은 관계자가 아닌 탐방객들도 비슷하다. 모양이 다른 지역의 고인돌과 너무도 흡사하지만, 그 중 몇 개는 크기가 너무 큰 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플랜B, 거석이 품은 장보고의 호연지기 재조명 고인돌 아니면 어쩌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장군(청해진 대사)의 통치 터전으로서 이 일대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시각과 완도의 최고봉인 상황봉(644m)의 봉수대(烽燧臺), 백운봉(604m)의 제단(祭壇) 흔적 등을 장보고와 연결해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B플랜이다.
신라 때 완도에 설치됐던 특수한 기구 청해진(828~851년). 그 내역으로 볼 때 섬 한쪽 꼬막만한 섬 장도에 설치된 본영(本營)에서만 장보고와 그의 사람들이 활동했을 리가 없다. 봉수대나 제단과 이들의 연관성을 톺아내고, 그 바로 아래 거대한 암괴들과의 연결고리를 마련하여 탐방객들과 수련원을 찾을 청소년들에게 역사의 기개(氣槪)를 심어주자는 것이다.
C플랜은 지질학적 특수성을 밝혀 지구의 역사와 지형적인 웅자(雄姿)를 과시하는 공원으로, 즉 '돌 공원' 같은 전문적 주제를 포괄(包括)하는 장소로 개발한다는 생각이다. 그 암괴들이 고인돌이든 아니든, 장보고 장군의 긴 칼이 스친 뒷마당이었건 아니건, 그 크기와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는 여러 사람들의 일치된 견해가 C플랜의 배경이다.
그 돌과 관련한 정령(精靈)신앙 등 남해안, 그 중에서도 도서(島嶼)지역의 민속 이야기도 방치하기 아까운 지역문화의 콘텐츠일 터다. 그 바위들에는 시대를 단정하기 어려운 무속(巫俗)의 흔적도 여럿이라고 완도수목원 숲해설사 강장만씨는 귀띔한다, 민속의 보고(寶庫)라고. 세월 가면 그냥 허공으로 스러져 갈 우리 뼈 속의 본디 아닌가.
하루 이틀 사이에 얻을 수 있는 결론이 아니다. 또 물성시험에는 얼추 1천만 원의 적지 않은 비용 부담과 시험을 위해 원래의 암괴에서 작지 않은 돌 조각들을 떼어내야 하는 난관(難關)도 있다. 가로 세로 높이 각 10cm 크기의 돌조각을 10~15개 확보해야 한다. 돌을 깨서 표본을 만든다는 것이다. 분분(紛紛)할 의논의 향방은 어떻게 결실을 맺을까.
플랜C, 암괴의 지질학적 분석 또는 섬 민속 조명의 계기 박 원장은 '의욕이 앞서 귀중한 유산을 부분적으로나마 파손하게 될지 모른다는 점도 걱정 중의 하나'라며 고민의 한 끄트머리를 비쳤다. 추가적인 진행을 위해 더 많은 자문을 얻겠다는 입장이다. 국토의 귀퉁이에 자리 잡은 점 때문에 겪어온 여러 서운함 따위까지 이런 의욕으로 돌파하고자 하는 심산(心算), 입 다물어도 다 보인다.
도립(道立)시설인 이 수목원은 휴양시설과 수련시설 등 시민의 '힐링'과 체험을 위한 상당한 규모의 증설(增設)이 예정돼 있다. 이의 증설에는 환경영향평가와도 같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해당 지역 자연유산과 문화재의 존재에 관한 검사가 선행될 터다. 이를 위한 문화재 지표조사는 이 '프로젝트'를 끌고 미는 동력(動力)의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