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19번째 새앨범 <헬로>를 발표한 가수 조용필이 23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뮤즈라이브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이정민
"옥아, 부산항 한 번 불러봐라."
"옥아, 노래 한 자락 해 봐라. 용필이 오빠 걸로. 아이스케키 먹게 해줄테니.""근데 왜 그 사람이 오빠인데? 진짜 엄마 오빤가?""다들 그렇게 부른다.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노래나 불러봐라."엄마는 툭하면 나에게 노래를 부르게 했고 나는 그 대가로 동전을 얻을 수 있어 몇 번이고 불렀다. 카세트 테이프 겉면에 붙어있는 조용필의 앳된 모습을 보고, 도저히 엄마의 오빠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빠"라고 부르는 엄마가 이상하다고 여기면서.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엄마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카세트 테이프도 틀지 않고 조용히 엄마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엔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옥아, 니 다음에 엄마하고 부산에 가자. 거기 가면 오빠 노래처럼 갈매기도 있고, 바다도 있어야. 그리고 외할머니도…."노래를 부르다 말고 엄마는 나를 품에 안고 어깨를 토닥이며 부산에 가자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엄마도 나처럼 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에게도 나처럼 엄마가 있다는 것을, 그 엄마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도.
나중에, 내가 좀 더 자란 후에 알게 된 것은 엄마의 고향은 부산으로 아버지와 결혼한 후 빈 몸으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부산에는 외할머니 혼자 남으셨는데 형편이 나아지면 모셔간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엄마는 속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계셨다. 그래서 가끔 세상살이가 힘들어지면, 부산에 혼자 계신 외할머니 생각이 나면 엄마는 용필이 오빠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래를 듣고 부르며 마음을 달랬던 것이다.
엄마와 나의 18번,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다시 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