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작은 멀 ‘삼총사’가 감자밭을 고르고 있다.
조종안
세 사람은 마을에서 '삼총사'로 알려진다. 막걸리를 마실 때는 물론, 밭일할 때도, 논일 할 때도 셋이 모여서 함께 나가기 때문이다. 여씨는 "20~30대 신혼가정이 없는 우리 마을에서는 50~60대는 청년, 70대는 중년으로 통하고, 여든 살이 넘어야 노인으로 쳐준다"며 허허롭게 웃었다. 황토물이 진하게 배인 그의 거친 피부가 '건강 보증서'처럼 느껴진다.
예는 정에서 나오고 정은 가까이서 나온다고, 여씨와 이씨는 이웃에 살면서도 하루에 전화를 열 번도 더하는 사이란다. 아침 인사를 시작으로 점심 반찬은 텃밭의 상추인지 된장찌개인지 확인하고, 막걸리가 생각나거나 뒷산으로 고사리를 캐러 갈 때도 전화를 해서 함께 가기 때문. 두 사람은 올해 고추농사도 품앗이했는데, 여씨는 1250포기, 이씨는 350포기 심었다고 귀띔한다.
이씨는 주말부부, 그는 "아내가 손자들 봐주러 몇 년 전부터 서울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일주일이나 보름에 한 번 정도 만난다"며 씁쓸해 했다. 여씨도 마찬가지. 부인이 날마다 일을 나간다고 했다. 이씨는 "지척에 살면서도 전화를 자주 하고, 주말마다 김 교수를 기다리는 것도 외로움 때문 아니겠느냐"며 환하게 웃는다. 두 사람은 잠시 고향을 떠나 있기도 했지만, 이제부터는 고향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입을 모은다.
"이앙기가 없던 시절, 모심는 날은 동네 잔칫날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