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 금모래은모래물이 쉬면 모래도 쉬어간다. 햇빛 따라 금모래도 되고 은모래도 된다
김정봉
무섬은 물섬이 변해서 된 것이다. 억지로 한자로 바꾸어 수도리(水島里)가 되었지만 무섬이 더욱 정이 간다. 연꽃이 물위에 떠있는 형국(연화부수·蓮花浮水)이니 매화꽃이 떨어진 모습과 닮은 곳(매화낙지·梅花落地)이라는 말을 빌릴 필요 없이 마을 앞에는 강물이 휘돌아가고 뒤에는 낮은 산이 감싸 안으니 한눈에 봐도 길지(吉地) 중에 길지다.
섬에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어려운 법이다. 무섬에 마을을 형성한 것은 대략 350년 전이고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반남(潘南) 박씨가 먼저 터를 잡아 이 마을의 주인이 되고 선성(宣城) 김씨가 그 이후 들어와 정착하였다. 같이 부대끼면 정이 깊어지는 법이다. 두 가(家)는 서로 혼인을 맺고 전통을 이어왔다.
이런 무섬 마을에 가고 있다. 풍기-영주 길은 이미 큰길이 나 있어 이렇다 할 감흥이 없지만 영주를 벗어나 무섬까지 이어지는 길은 기찻길과 천변을 따라 가는 길이어서 색다른 감흥이 있다. 기차와 나란히 하는 행운을 얹지 못했지만 이 길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정겨운 길 중에 하나다.
길가 밭은 농부의 부지런한 손길로 정갈하다. 내 어머니 밭 같다. 한시도 몸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어머니가 생각나 내 눈은 금세 눈물이 맺혔다. 옆에 있는 아내에게 틀길 새라 딴전을 피워본다. 풍기읍에서 마주친 기름집 정경이 더해져 지난해 말 돌아가신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