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영정정면 2칸 측면 2칸 단아한 모습이다.
이정근
남도는 맛의 고장이며 누정(樓亭)의 보고다. 식영정, 취가정, 소산정 등 곳곳에 명소가 산재해 있고 면앙집, 송강집 등 한국 가사문학의 산실이다. 어디 이것뿐이랴, 소쇄원, 환벽당, 등 볼거리가 풍성하고 눈을 정화시켜 주는 곳이 많다. 소쇄원과 식영정이 남성적인 풍모를 갖추었다면 명옥헌은 다소곳한 여인의 체취가 풍긴다.
우리의 선조들은 당호를 지을 때 궁궐전당합각재헌루정원(宮闕殿堂閤閣齋軒樓亭園)이라는 질서를 존중했다. 이러한 관례에 따른다면 명옥헌은 식영정이나 소쇄원보다 한수 우위다. 원림도 여타의 원림(園林)과 달리 창덕궁 후원과 같은 격의 원림(苑林)이다. 하지만 이것에 개의할 필요는 없다. 후발 정자 주인들은 별로 내세울 게 없는 자신의 정자를 부각시키려고 각(閣)이나 당(堂)으로 지은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