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 솔
Joe Soll
주위의 설득, 권고, 강요에 의해 친모들이 '선택'한 입양은 엄밀한 의미에서 선택이 아니었다. 더 많은 아이를 입양 보내야만 수익이 창출되는 입양기관, 복지예산을 줄이려는 인색한 정부, 싱글맘과 그 자녀에 대한 사회적 멸시, 차별, 압박 속에서 이루어진 가정파괴였다. 그 누구도 싱글맘에게 적극적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방법과 기회에 대한 조언을 해주지 않았다. 단지 아이를 떼어내려 했을 뿐이다. 아이를 친모로부터 떼어 내어 입양 보내야 만 돈이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저자 조 솔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추방된 어머니로서 당신은 사회에서 아이를 지킬 만한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을 인지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 당신은 이것을 믿어야만 한다! 돈벌이를 중요시하는 입양산업에 대항하는 싸움과 노력은 결국 실패했다. 당신은 기회가 없었다!사회에서 차별받고 멸시받는 약자인 싱글맘이 거대한 다국적기업과도 같은 입양산업에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고 저자는 친모들에게 알려 준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친모들이 죄책감과 자기학대의 감정을 갖지 말라고 격려해주고 위로해준다. 아울러 저자는 향후 세대들은 의지할 곳이 없는 임신한 여성들을 적절하게 대하고, 그래서 그 여성들이 자기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국 역사에서 1970년대에 이르러 최소한 백인 인구 내에서 임신중절 합법화와 피임 등으로 백인 '사생아'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입양에 필요한 건강한 백인 유아의 공급이 줄어들었다. 아울러 사생아는 미국에서 더 이상 오명으로 여겨지지 않게 되었고,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은 더 이상 사회적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된다. 이와 더불어 미국사회 이혼율의 증가로 양부모 가족이 아닌 한부모 가족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가족 구성이 정당한 것으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돈 되는 것은 다 수출하던 시절, 아이도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이 시기 미국에서 입양할 수 있는 백인 유아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과 나란히 입양을 원하는 백인 부부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래서 부족한 백인 유아 대신 입양기관들은 이제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입양 가능한 유색인 아동이라도 찾고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이런 해외입양산업에 우리나라는 아동해외송출국 1위로 해외입양시장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아동을 수출해서 막대한 외화를 벌이들이고, 어려운 가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줄임으로써 1석 2조의 효과를 누리며 소위 조국근대화와 '한강의 기적'을 이루게 된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은 1970년대와 1980년대 20년 동안 최고조에 달했다. 1953년부터 1968년까지는 매해 1000명에 훨씬 못 미치는 아이를 해외입양 보냈다. 그러나 1969년 1192명, 1970년 1932명, 1971년 2725명 등 그 숫자가 가파르게 상승해 전두환정권기인 1985년에는 무려 8837명으로 독보적으로 해외입양 1위 국가의 위치를 차지한다.
그래서 박정희-전두환 정권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우리나라는 우리가 낳은 아이를 해외에 판매한 해외입양으로 매년 2000만~40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100만 달러 수출을 달성한 기업에게 박정희가 포상을 주며 수출산업을 권장하던 시대, 또 기생관광을 통해 외화를 끌어 들이던 달러가 몹시 요긴하던 시절에, 아동을 해외에 팔아서 버는 연간 2000만~4000만 달러는 독재정권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와도 같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얼굴을 상실한 경제성장이나 '효율성'은 곧 괴물이 되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낸 나라다. 그 말은 우리나라가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 어머니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회구조적 압력으로 아이를 입양으로 포기한 어머니가 휩쓸리게 되는 지속적인 감정은 결국 낙담(frustration), 분노(rage), 불안(anxiety), 혼란(confusion), 공포(terror), 걱정(unrest), 후회(regret), 비인간성(inhuman), 무시(neglected), 애통(grief)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 어머니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사회가 인간성을 상실한 건강하지 않은 사회라는 것을 말한다.
현재까지 약 20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낯모르는 구미 각국의 가정으로 입양 보내졌다. 지금껏 우리 정부는 친모(부)나 사회복지체계 안에서 한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대신 인종과 문화와 언어가 다른 세계로 우리아이들을 돈을 받고 판매하여 이주시켰다.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는 이제 세계경제대국 15위라는 국가에서는 더 이상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해외입양은 한국전쟁과 같은 대 참사나 재난의 상황에서만 불가피하게 용인될 수 있는 일이다.
해외입양, 아동에 대한 인권유린이자 국가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