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비델라! 아디오스 군사 독재!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의 상징 비델라 사망

등록 2013.05.21 09:47수정 2013.05.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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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아르헨티나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의 미망인인 이사벨 페론 대통령을 강제로 축출하고 군사독재를 한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가 지난 18일 복역 중이던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 마르코 파스 감옥 독방에서 8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1976년 3월 24일 쿠데타를 주도해 이사벨 페론 대통령 정부를 끌어내렸다. 그가 쿠데타를 한 1976년부터 1983년 민주화를 이룰 때까지 약 7년 동안에 시민사회 추정으로 3만 명, 공식적인 집계로 1만5000명에 이르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납치, 고문, 살인 등으로 사망했거나 행방불명 되었다.

 

그는 국민을 체포, 고문 국금하고 사살하고 시체를 유기하거나 강물에 버렸던 이른바 '더러운 전쟁'인 군사 독재 암흑시대의 주역이었다. 당시 군인들은 매일 밤 골목에서 시민들을 감시하고 체포했으며, 이 만행은 인접국가에서도 계속됐다. 당시 군사 쿠데타에 저항하던 젊은이들 중엔 임신부들도 있었는데, 이들이 집단 수용소에서 낳은 신생아들을 군인이나 경찰 등에 넘겨 불법으로 입양시켜버리는 등의 반 인륜적인 유괴까지 자행됐다.

 

아르헨티나의 독재시대에 교회는 수녀, 신부 그리고 주교 등이 연관되거나 살해되었을 때에만 목소리를 높혔을 뿐이며, 지식인들도 침묵으로 암묵적인 동조를 했다는 비판도 있다. 아르헨티나 시민사회는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었을 때, 그가 추기경 시절에 이런 만행에 대해 침묵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군인들은 전국에 364개의 비밀 장소를 만들어 놓고 만행을 저질렀다. 절차 없이 국민을 사형에 처하고 모든 정치 활동을 금지하였으며 국회를 3인의 군사 위원회로 대치하고 폐쇄했다.

 

198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씨는 비델라의 사망에 즈음하여 한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 "비델라는 아르헨티나 국민은 물론 인류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었다"며 "그의 사망으로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정의로운 국가가 되도록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비델라는 그동안 저지른 범죄에 대해 세 번에 걸쳐서 무기형을 받았다. 첫 번째는 1985년 알폰신 대통령시대에 군사 독재 시절의 범죄행위로 파면된 뒤 무기형을 선고 받아 5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러나 1990년 메넴정부에서 실시한 범법자에 대한 사면으로 일시적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었다. 이후 1996년 인권단체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그가 집권했던 시기에 벌인 유아 유괴로 1998년 다시 무기형을 받아 감옥에 수감됐다.

 

그 뒤 아르헨티나 법률에 의거, 70세가 된 시점에 본인의 집에서 복역하도록 조치되었으나, 2008년에 다시 주거 복역이 금지되고 다시 감옥으로 옮겨졌다. 2010년 키르치네르 정부는 메넴 정부 시절 그에게 내려진 사면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하고, 또 다시 무기징역에 처했다. 이때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 마르코 파스의 감옥으로 이송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가 사망함으로써 남미에서 군사독재자들이 연합하여 실행했던 '플랜 콘도르', 수천 면의 행방불명자 문제 등 당시의 많은 범죄가 미결 상태로 남게 되었다. 인권단체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노라 꼬르띠냐 할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학살자가 죽었으나 우리가 밝히고자 하는 당시의 학살에 대한 비밀들이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망할 때까지도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인권 침해와 살인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고 대부분 묵비권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군인에게 주어진 모든 영예를 박탈당한 그의 장례가 언제 어디서 치러질지에 대해서도 비밀에 부쳐졌다.

 

그의 사망은 '비델라'로 상징되는 군사 독재시대가 역사 속에서 막을 내린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아르헨티나 정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측에서는 과거사 청산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언론인 호르헤 라나따씨는 일간지 <끌라린> 기고를 통해 "비델라는 죽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는 20세기 이후 오늘까지 이어진 권위주의 군사 문화가 아직도 살아있다"며 "비델라가 영원히 죽기까지 많은 물이 다리 밑을 통해서 흘러가야 한다"고 한 독재자의 사망으로 모든 독재의 망령이 끝나지 않았음을 주장했다.

 

군사 독재의 길을 열고 역사상 예가 없는 가혹한 폭정을 총 지휘했던 비델라의 죽음과 비밀리에 치러진 장례 절차 등... 그의 마지막 길은 아르헨티나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박채순 박사의 아르헨티나 현장 기사입니다. 이 글은 브레이크 뉴스에도 실립니다.

2013.05.21 09:47ⓒ 2013 OhmyNews
덧붙이는 글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박채순 박사의 아르헨티나 현장 기사입니다. 이 글은 브레이크 뉴스에도 실립니다.
#아르헨티나 독재자 사망 #비델라 사망 #더러운 전쟁 #유아 유괴범 #아르헨티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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