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량역 역전이발관은 공병학(66) 이발사가 1977년에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김종길
강골마을(보성군 득량면)을 나와 이발소를 찾았다. 전날 여수에 문상을 가서 만날 수 없었던 이발사 할아버지와 미리 연락을 해둬서인지 이발소는 일찌감치 문이 열려 있었다. 선선한 오전의 봄바람이 햇빛을 따라 이발소 깊숙이 넘나들었다. 이발사 공병학 할아버지는 이발소에 없었다. 이리저리 안을 살피고 있는데 작은 키에 다부진 인상의 60대 사내가 들어왔다. 공병학(66)씨였다.
인터뷰하러 와서 이발을 하다니...
미리 이발을 할 거라고 말한 뒤여서 그런지 공병학 할아버지는 그다지 놀라워하지는 않았다. 다만 인터뷰하러 온 사람이 이발한 건 처음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발소가 매일 문을 열지 않아 이발하는 장면을 찍기가 어려울 것 같아 부득이하게 여행자가 직접 이발을 하게 된 사정을 설명했더니 그저 가만히 웃기만 했다. 동네에서 이발할 사람을 섭외할 수도 있겠으나 요즈음 워낙 이발 손님이 뜸해 쉽지는 않을 거라며 공씨는 덧붙였다.
촬영을 하기로 했다. 아내에게 간단히 조작법을 설명해주고 묵직한 카메라를 넘겼더니 열 살 난 딸애가 찍겠단다. 여행자는 이발하며 인터뷰하고 열 살 딸애가 사진사가 되어 이발사 공병학 할아버지와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아내에게 메모를 당부했더니 한 마디로 거절, 하는 수 없이 할아버지의 동의를 얻어 녹음을 하기로 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 확인했더니 녹음상태가 엉망, 기억에 의존해서 재구성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