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앞 마늘밭의 촌로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 사이의 마늘밭이 유난히 푸르다. 제주도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면서 이러한 농경지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서부원
그런데 제주도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제주도의 모습은 무척 어색하고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풍광도, 문화도, 언어도, 심지어 공항에 내려서 처음으로 호흡하는 공기조차도 '낯설어서' 좋았는데, 지금은 비행기로 바다를 건너왔다는 것뿐, 뭍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익숙함'이 되레 낯설다.
지금 제주도는 섬 전체가 '공사 중'이다. 밀려드는 관광객들을 위한 나름의 배려라지만, 땅이고 바다고 온통 잿빛 콘크리트로 덮어씌우고 있다. 쪽빛 해변마다 우람한 건물들이 들어섰고, 간선도로는 물론, 울창한 삼나무 숲과 광활한 목장을 가로지르는 중산간도로도 죄다 4차선으로 확장 혹은 포장 중이다.
도로는 마을을 잇는 기능보다 제주도 곳곳에 성업 중인 골프장이나 관광지를 연결하는 통로 구실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부족하다고 여긴 탓인지 예전에 없던 레미콘과 대형 트럭 등 중장비들이 '올레길'을 위협하며 도로 위를 내달리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수학여행단을 실은 버스나 렌터카 수만큼이나 많다.
경치 좋다는 곳마다에는 펜션 등 숙박시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일렁이는 푸른 바다와 우뚝 솟은 한라산 정상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창문이 좋다'는 것은 이젠 더 이상 제주도에 어울리지 않는 노랫말이 돼가고 있다. 하나 같이 뭍을 닮아가려는 몸부림처럼 보인다.
'낑깡(금귤)밭 일구고 감귤을 둘이 가꿔보자'는 노랫말 속 소박한 바람도 지금의 추세라면 조만간 제주도에서는 보기 어렵게 될 듯하다. 금귤밭은 관광지의 주차장으로 덮이고, 감귤나무는 시나브로 '관상용'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이제는 제주도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서는 별도로 조성된 관광지를 애써 찾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중산간 마을의 넓은 목초지마다 골프장과 이용객들을 위한 리조트가 들어섰고, '테마파크'라는 이름을 내건 관광지는 이루 다 헤아릴 수조차 없다.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지만, 말 타기 등을 제외하면 하나 같이 제주도와 무관한 것들이다. 거칠게 말해서, 제주도 섬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놀이공원'이 됐다.
그러다 보니 기존 제주도의 이미지조차 180도 달라졌다. 이른바 대문과 도둑과 거지가 없다는 '삼무도'나, 바람과 여자와 돌이 많다는 '삼다도'라는 건 관광지의 문화해설사나 관광버스의 기사의 입담에서나 나오는 얘기일 뿐, 지금의 현실과는 사뭇 동떨어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다.
사라져버린 '제주도다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