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원 깃발봄바람을 맞아 힘차게 펄럭인다
이주영
전망대에서 내려오자 아이의 손을 잡고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는 가족을 만났다. 화장실 혹은 식당을 향하는 발걸음일지 모르지만, 아이의 '뾱뾱' 거리는 발소리는 경쾌했다. 1층 로비를 다시금 통과해 나오는 길에 검은색의 책자를 발견했다. 횃불에 그을린 듯 새까만 표지의 그 책자를 꺼내 들자 민주공원의 고요함과 적막함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민주공원 예산이 52.7% 삭감돼 소식지 발행을 잠정 중단합니다."지난해 연말 부산시의회에서 민주공원에 집행될 예산이 절반 이상인 53%를 삭감된 채 부산시의회 본 회의를 통과됐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와 올해 봄 전시관에서 사진전을 열기로 했던 사진가 이동문씨의 호소가 담긴 글과 함께 부산시의회 게시판에 올려진 민주공원 예산 삭감을 반대하는 시민의 글이 책자 가득 메워져 있었다. 1월 30일 마지막으로 발행 된 그 책자는 여전히 민주공원의 예산을 원상 회복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방적인 민주공원의 예산삭감에 따라 그동안 민주공원에서 진행된 사업은 폐지되거나 축소가 불가피해졌으며, 공원의 시설 운영과 관리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 예술가들이 1인 시위를 벌이고 노조에서도 잇따라 집회를 열고 대책을 호소하고 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직원들의 생활고는 물론이거니와 민주공원의 폐쇄 위기는 말그대로 부산민주항쟁 역사 보존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원안에 사람들의 여유로운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부산시민 중 민주공원의 폐쇄 위기를 알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싶다. 민주공원은 시민의 나들이 장소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민주'라는 이름의 함의가 두드러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