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동박물관 소장 사신 문양거울청동거울에 새겨진 문양의 솜씨가 감탄을 자아낸다.
윤성환
나는 박물관에 올 때마다 유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살펴보라고 이야기한다. 비록 별 것 아닌 유물 같지만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면, 그 유물이 자신을 이렇게 바라봐달라고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역사에 대한 일정한 지식이 없어도 자신과 유물 사이의 소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결국 유물에 대한 시각 역시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유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낙동강 하류역의 선사문화와 관련해선, 창녕 비봉리에서 출토된 멧돼지무늬가 새겨진 토기편이 눈길을 끌었다. 이 토기는 신석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표면에 멧돼지가 그려져 있다. 왜 토기에 멧돼지를 그려 넣었던 것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인데, 사실 널리 알려진 반구대 암각화에도 이런 모습의 멧돼지가 그려져 있다.
또 마산 진동에서 출토된 비파형동검은 전형적인 비파형동검의 형식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세형동검의 생김새에 가까웠다. 그리고 김해 양동리에서 출토된 청동 세발솥의 경우 솥의 어깨에 글씨가 새겨져 있어 주목되었는데, 이는 중국과의 교류 및 부피를 재는 도구와 관련된 단서라고 했다. 솥의 부피는 콜라 한 병인 1.98리터라고 했다. 최근 고대 도량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주목되는 유물이었다. 다만 아쉽게도 어깨 어디에 글씨가 새겨져 있는지 좀체 눈에 띄지 않았다.
함안 말이산에서 출토된 수레바퀴 토기는 굽다리 위에 뿔잔을 제작하고 그 양쪽에 수레바퀴를 붙여놓은 형태인데, 이는 의례용으로 영혼을 실어 나르는 의미로 추정된다. 붓이 출토된 것으로 유명한 창원 다호리 유적 유물의 경우 전시된 붓이 복제품이라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창녕 교동에서 출토된 청동합은 오늘날 사용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김해 화정에서 출토된 토기에는 글자 새겨져 있는데, 한자는 아니고, 가야인들의 문자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외 각종 가야 유적에서 출토된 토기, 절구, 항아리, 청동기, 곡옥, 금동관, 뿔잔, 그릇, 부뚜막, 장신구, 환두대도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대체로 생활유물과 의례용 유물, 지배자의 권위를 드러내는 유물, 무기용 유물로 나누어볼 수 있었다. 가야의 철기문화를 잘 보여주는 갑옷과 투구는 병사만이 아닌 말까지 착용하였고, 귀걸이 등 각종 장신구들은 정교한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김해박물관을 나와 수로왕릉 쪽으로 걷다보면 그 중간에 노출전시관이 있다. 이 전시관은 김해 대성동 고분 중 왕릉으로 추정되는 29호분 및 39호분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놓은 것인데, 무덤 안에서 다량의 토기가 쏟아져 나왔다. 또 특이한 점은 39호분의 경우 29호분을 일부 파괴하며 무덤을 조성한 점이다. 사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둘러싸고 고고학계에서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노출전시관을 지나면 대성동고분박물관이 나온다. 여기선 대성동고분군의 목관묘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들 유물 중 대성동 23호분에서 출토된 사신(四神) 문양 거울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이곳에서 출토된 인골도 볼 수 있었다.
수로왕릉 앞 5일장이 상징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