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항쟁 왜곡하는 한국 극우, 일본 극우와 똑같다

진중권 "종편, 독일에서 그런 방송 내보내면 문 닫을 것"

등록 2013.05.18 16:19수정 2013.05.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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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 극우 정치인들 망언이 도를 넘고 있다. 극우총리 아베 신조는 "침략에 관한 정의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일본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급기야 종군위안부가 "필요했다"고 했고, "한국은 매춘부가 우글우글하다"는 극언까지 내뱉었다.

"전쟁중 총탄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강자 집단에 위안부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일본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했다고 세계가 비난하고 있지만 2007년(1차 아베 정부시절) 각의 결정에서 그런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13일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한국인 매춘부는 아직도 일본에 우글우글하다. 오사카의 번화가에서 '너 한국인, 위안부 '라고 부르면 올 정도다. (한국과) 싸웁시다"-17일 니시무라 신고 중의원

일본 극우 침략 역사 부정과 <TV조선>,<채널A> 5.18항쟁 왜곡...닮은꼴

그런데 과연 역사를 부정하는 이들이 일본 극우들 전유물일까? 아니다. 2013년 5월 대한민국 극우도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5.18민중항쟁을 앞두고 극우들은 5.18항쟁 당시 희생당한 사진을 올려놓고, 조롱하는 글을 달고 있다. 또 정부가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는 데도 '무장폭동'이라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사법부 역시 전두환를 비롯한 신군부 세력을 법의 이름으로 심판했다. 그러므로 5.18민중항쟁을 '무장폭동'으로 몰아가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와 사법부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우려스러운 일은 5.18때 북한군 특수부대가 침투했다는 주장을 극우세력만 아니라 이를 주장하는 이들을 방송에 출연시켜 여과없이 보도한 종편도 있다. <조선일보> 종편 <TV조선>과 <동아일보> 종편 <채널A>다.

<TV조선>은 지난 13일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는 임천용씨가 출연해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였다" 따위의 주장을 폈다.

무엇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홍보비서관과 국정상황실장 그리고 16대국회의원(민주당)을 지낸 사회자 장성민씨는 "탈북자들의 직간접적 증언 등, 시민들이 빨갱이·폭도·간첩으로 매도된 데 대한 의구심을 해결한 결정적 증거와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되어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한 것을 충격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채널A>도 15일 밤 뉴스에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직접 광주로 내려왔었다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가 '북한군이 5·18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북한 특수군 출신이라는 탈북자 김명국(가명)씨 증언에 따르면, 부대원과 정찰부대 남한전문가 등 50명과 함께 북한 황해도 장연군을 떠나 5월23일에 광주로 들어갔다. 이미 북한군이 여럿 들어와 있었고 이들이 시민군과 함께 전투를 치르며 장갑차도 몰았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진중권 "종편, 독일에서 그런 방송 내보내면 문 닫을 것"


이 같은 종편들 5.18민중항쟁에 대한 폄훼 대해 분노는 갈수록 커진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unheim)는 "종편, 독일에서 그런 방송 내보내면 바로 구속에 방송사 문 닫을 겁니다. 인간 저질들입니다. 아무리 먹고 사는 게 급해도 그렇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TV조선, 채널A, 그리고 탈북자라는 이상한 사람들. 고소하여, 구속시켜야 합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교수는 또 5.18항쟁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일베들을 향해서도 "일베 아이들아. 너희들은 그게 재미있니? 사람 죽이는 거, 그게 그렇게도 좋냐? 너희들, 삼청교육대가 뭔지는 아니? 읽어 봐라. 너희들이 인두껍을 쓰고 그런 짓 해도 되는지"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이 드신 분들이 6.25를 못 있듯이, 386세대는 광주를 영원히 못 잊어. 그때 같이 죽지 못한 죄책감에 영원히 시달리면서.... 친구들이 광주의 트라우마 때문에 죽어갔어. 너희들이 '조동'이 놀릴 그 자유를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5.18항쟁으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조동>이 5.18를 모독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truthtral)도 "도청에서 죽은 시민군의 유족, 체포된 시민군 본인들이 집단으로 형사고소, 민사소송을 할 수 있겠네요. <시민군>을 <북한게릴라>로 표현했으니 엄청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한입섭 "'시민군'을 '북한게릴라'로 표현 엄청난 명예훼손"

한 교수는 "'역사는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다'(쿤데라). 군사독재보다 더 무서운 건 무관심과 망각입니다. 그 틈을 타서 역사왜곡이 자행되니까요"라며 "5.18 광주에서 군대가 얼마나 잔학했던지, 조비오 신부는 '신부인 나조차도 손에 총이 있으면 쏘고 싶었다'고 증언할 정도(1989. 국회 광주청문회에서)"라며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종편들 보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5.18항쟁을 왜곡하는 이들이 일본 극우들 역사 왜곡에는 입에 거품을 물고 비판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20~21일 아소 부총리 등 일본 각료 3명이 2차대전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를 참배하자 23일자 '외교 고립 자초한 아베 내각의 야스쿠니 참배' 제목 사설에서 "역대 일본 정권 중 가장 퇴행적인 아베 정권의 역사 문제에 대한 인식과 행태가 한국 정부로 하여금 일본과 협력하는 관계 내실화(內實化)를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같은 달 23일 아베 일본 총리가 "침략에 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망언을 하자 25일자 '동북아 최대 憂患이 돼 가는 '아베의 일본'' 제목 사설에서 "일제의 한반도 침략과 식민지 지배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강변하는 것은 일본 식민지 지배의 사생아(私生兒)인 북한이 동북아 전체를 핵 공황(恐慌) 사태로 몰아넣는 핵 개발을 정당화하는 논리와 닮았다"며 맹비난했다.

5.18항쟁을 모독하면서 일본 극우 망언은 비판

그리고 27일 ''아베 妄言' 어물쩍 넘길 단계 이미 지나' 사설에서는 "아베가 독일과는 정반대 길로 일본을 이끌며 현 사태를 입에 발린 말 몇 마디로 덮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우리 정부도 이제 역사 건망증을 넘어서 침략 정당화로 치닫는 일본 문제에 심각하게 대응할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에도 아베가 "천황 폐하 만세"를 부른 것을 문제삼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국가는 문명국가라고 하기 어렵다"면서 "그런 일본도 불행하지만 그런 이웃을 둔 우리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베 총리는 지금 일본을 한참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고 경고했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지난 달 24일 '일본은 한중의 인내력을 시험하지 말라' 제목 사설에서 "A급 전범을 합사함으로써 일본이 벌였던 전쟁을 미화하는 곳이자 독도 교과서 군대위안부 문제 등과 함께 일본의 어두운 과거사를 상징하는 시설일 뿐"이라며 "그런 곳을 정부 고위 관리나 국회의원들이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것은 일본의 과오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과 같다"고 일본 각료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8일자 '식민통치 배상하는 영국, 역사 부인하는 일본' 제목 사설에서는 "영국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국가는 영광은 물론이고 과거의 잘못도 승계한다"면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국가는 문명국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본 정치인들이 연이어 망언을 하자 <조선일보>는 18일 한 기사 제목을 '전염병처럼 번지는 日정치인 망언'이라고 뽑았다. 이 제목에 대해 포털 다음 한 누리꾼은 "전염병처럼 번지는 日정치인 망언 보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국내 가짜 보수극우세력 의 망언이 더 악날하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자신들은 5.18민중항쟁을 모독하고, 왜곡하면서 일본 극우 정치인들 망언은 비판하는 것은 "남의 눈에 티를 빼지 않고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는 빼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5.18항쟁을 모독하는 것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어물적 넘어가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부정될 것이다. 그리고 5.18이라는 잔혹한 학살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일본극우 #한국극우 #5.18민중항쟁 #TV조선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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